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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뜻밖의 여정
2022-05-20
글 : 최지은 (작가 <괜찮지 않습니다>)

나영석 PD가 말했다. “이 프로그램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 이서진도 말했다. “내가 제일 애매하지 않아?” 그렇긴 하다. 지난해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고 올해는 시상자로 참석하게 된 윤여정의 LA 여정을 따라가는 티빙 <뜻밖의 여정>은 <꽃보다 할배>와 <이서진의 뉴욕뉴욕>을 섞은 듯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다만 윤여정은 ‘꽃할배’들과 달리 외국 생활에 익숙하고 바쁜 일정을 도와주는 스탭도 충분하기에 제작진은 적극적 개입 대신 그를 보필하며 천천히 따라다니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때로는 구성이 너무 느슨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지만, 윤여정이라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만은 지루할 수가 없다. “내가 76살인지 75살인지 맨날 까먹는다”라며 투덜대며 ‘최근’이라면 20년 전, ‘옛날’이라고 하면 40, 50년 전 기억을 꺼내오는 그는 신랄한 말투로 예측할 수 없는 위트를 발휘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 단어가 한꺼번에 다가오는 것 같아” 힘들고 긴장되는 영어 인터뷰를 수시간씩 소화하고, 상대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하면서도 “내일 더 잘하겠다”고 다짐하는 윤여정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가 오랫동안 관계맺어온 친구, 동료들과의 우정은 <뜻밖의 여정>에서 볼 수 있는 뜻밖의 수확이다. 특히 윤여정의 친구이자 60대 후반에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정자 김 울프의 말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사람을 통해 희망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가 나이 들수록 인생에 목표가 없어지잖아요. 근데 여정 언니가 보여줬죠. 무언가를 이루기에 우리가 결코 늙지 않았다는 걸요. 70이 넘어도, 모르는 일이지만, 무슨 일이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구나.”

CHECK POINT

<켈리 클락슨 쇼> 출연을 위한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결혼 후 연기를 그만두었던 시절이 자신을 진정한 배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2009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 그는 이혼 후 생계를 위해 다시 연기를 시작했을 때 경험한 좌절과 그것을 딛고 나아간 과정에 관해 털어놓았다. “세상에 돈보다 급한 일이어딨어요? 배우가 연기를 제일 잘할 때가 언젠 줄 아세요? 돈이 필요할 때에요”라는 그의 말에 진행자와 시청자들은 웃었지만, 윤여정은 진지했다. 가장이자 배우로, 연기에 인생을 바쳤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로 최선을 다했다던 그는 56년째 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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