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디즈니+ 시리즈 '미즈 마블' 배우 이만 벨라니
2022-06-07
글 : 안현진 (LA 통신원)
다양성만큼이나 공정한 대표성도 중요하다

디즈니+의 새 오리지널 시리즈 <미즈 마블>의 주연배우 이만 벨라니를 화상으로 만났다. 19살의 파키스탄 출신 캐나디안인 이만 벨라니는 <미즈 마블>에서 공상을 현실로 바꾸는 초능력을 가진 고등학생 카말라 칸을 연기했는데, 이 시리즈가 그의 데뷔작이다. “마블의 첫 번째 무슬림 캐릭터”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역할을 맡게 된 이만 벨라니와 <미즈 마블>에서 그가 연기한 카말라 칸, 카말라가 가진 초능력, 할리우드의 뜨거운 이슈인 다양성, 그리고 갓 데뷔한 배우로서 그가 가진 꿈에 대해 묻고 들었다.

- <미즈 마블>의 카말라 칸은 “마블의 첫 번째 무슬림 캐릭터”다. 코믹스 원작인 <미즈 마블>과 카말라 칸에 대해 설명해주면 좋겠다.

= 카말라 칸은 뉴저지에 사는 16살 고등학생이다. 평범한 고등학생들처럼 카말라도 자기가 누구인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으려고 한다. 물론 카말라의 세상에는 에일리언과 슈퍼히어로가 존재한다. 카말라는 ‘캡틴 마블’을 동경하는데, 내 생각에는 학교, 남자 친구, 종교, 가족 등 머리 아픈 문제들을 뒤로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미즈 마블’은 마블의 슈퍼히어로들과는 조금 다르다. 어떻게 싸우는지 모르고, 악당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카말라에게는 힘이 있고, 그 힘을 선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 카말라의 슈퍼파워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나.

= 자세히 말할 수 없다. 코믹스에서 카말라가 가진 슈퍼파워를 새롭게 상상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코믹스 독자들도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미즈 마블 캐릭터를 오디션 이전에 알고 있었나.

= 고등학생일 때 코믹스를 많이 읽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이언맨을 좋아해서 대부분 ‘아이언맨’ 코믹스를 읽었고, 그러면서 ‘아이언하트’(아이언하트는 아이언맨 슈트를 직접 디자인해 입는 흑인 천재 소녀 히어로다. -편집자) 코믹스를 읽게 됐다. 그다음이 <미즈 마블>이었다. 처음 미즈 마블을 봤을 때 ‘오 마이 갓, 피부색이 갈색인 얘는 도대체 누구지?’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카말라와 나는 딱 한 가지만 빼고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했다. 카말라는 캡틴 마블을 사랑하고, 나는 아이언맨을 사랑한다. (웃음) 사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외로울 때가 많다. 그래서 카말라를 알게 됐을 때 마음에서 우러나온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고, <미즈 마블>을 읽으며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미즈 마블>에서 카말라가 겪는 가장 큰 시련은 무엇인가.

= 정체성과 관련한 고민이다. 이민자 자녀로 자란다는 건, 엄청난 부담까지는 아니어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세상에 어떻게 적응해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카말라에게 중요한 건 코스프레 대회에 나가서 1등하는 것이라서 공상을 하면서 이런 고민들로부터 현실 도피를 한다.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최근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슈퍼히어로를 소개하고 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문나이트>에 이어 <미즈 마블>도 그 계보를 이어가는데, 앞으로 어린 무슬림 소녀들은 <미즈 마블>을 롤 모델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큰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 솔직히 내가 자랄 때 이런 캐릭터가 더 많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도 있다. 나이가 어릴 때는 TV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들을 보며 동기화되기 쉽다. 이를테면, 백인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그렇다. 반면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어릴 때 ‘나는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TV나 영화 속 무슬림 중에서 공감할 만한 캐릭터를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다양성만큼이나 공정한 대표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온라인 정보를 보니 단편영화 3편을 연출한 경력이 있더라. 감독이나 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나.

= 하하. 그건 고등학생 때 심심해서 찍은 비디오를 동영상 사이트에 올린 거지 단편영화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아직은 나를 감독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그 비디오들을 찾아서 코멘트를 다는 걸 보면 재밌다. 소셜 미디어 계정이 없는데 그 비디오들을 통해서 개인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 그리고 감독, 작가처럼 창의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미즈 마블>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 뒤에 다른 분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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