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TREAMING]
[리뷰 스트리밍] '하트스토퍼' 외
2022-06-17
글 : 정예인 (객원기자)

하트스토퍼 / 넷플릭스

생각만으로 설레고 가슴 아린 첫사랑. 영국 트루엄 남자 중학교에 다니는 찰리와 닉의 이야기다. 겉보기에 전혀 친해질 수 없을 듯한 찰리와 닉은 몇번의 계기를 통해 서서히 가까워진다. 럭비팀 에이스 닉은 커밍아웃한 후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찰리는 질 나쁜 친구와 어울리길 거북해하는 닉에게 숨 쉴 자리를 내어준다. 그러나 곧바로 사랑에 빠진 찰리와 달리 닉은 고민에 사로잡힌다. 찰리의 성별이 닉 자신과 같아서다. 성정체성이 혼란스러우면서도 찰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하는 닉과 사랑 앞에서 조금씩 용기를 내는 찰리의 성장담이 뭉클하다. 주인공의 감정이 변화하는 신마다 삽입된 애니메이션과 알맞은 타이밍에 끼어드는 감각적인 사운드트랙이 몰입을 배가한다.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 / 넷플릭스

어떤 삶은 타인의 기억에 깊이 각인된다. 1960년대 인도의 홍등가 카마티푸라의 ‘마피아 퀸’ 강구바이의 생애가 그렇다. 변호사 아버지 밑에서 영화배우를 꿈꾸던 소녀 강가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속아 매춘부로 팔려간 후 이전과 단절된 인생을 살게 된다. 한번 매춘부로 낙인찍힌 여성에게 돌아갈 곳은 없다. 누구도 카스트의 가장 밑바닥으로 밀려난 그들을 돕지 않는다. 이 불행한 사실을 알게 된 강가는 강구로 이름을 바꾸고, 자신을 끌어들인 매춘의 세계를 집어삼키겠노라 결심한다. 강구는 카마티푸라 여성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서 ‘봄베이의 왕’ 라힘과 결탁하여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한눈에 마음 을 사로잡고, 사랑을 경멸하지만 마음은 여린 강구바이가 보여주는 기구한 자전은 지금의 사회적 차별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린나이트 / 왓챠

14세기의 서사시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를 각색한 <그린나이트>는 영웅이라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가웨인이 떠난 고난의 여정을 그린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웨인은 급작스레 영웅이 된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녹색 기사의 게임에 응하면서다. 게임은 간단하다. 녹색 기사의 목을 벤 자는 영예와 부를 얻는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목을 벤 이는 1년 후 녹색 기사에게 자기 목을 내놓아야 한다. 그럼에도 게임을 받아들인 가웨인은 영예를 누리다 1년 후 녹색 기사를 찾아 나서는 여정에 오른다. 영화는 서사의 대부분을 가웨인의 노정에 할애한다. 환상과 실제가 불분명한 시퀀스와 도처에 배치된 메타포적인 장치는 영화 분석을 즐기는 관객에게 더없이 흥미로운 계기를 제공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 / 넷플릭스, 웨이브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진아(공승연)는 혼자 산다. 혼자만의 방에서 타인과 관계 맺기를 꺼리는 진아의 건조한 일상은 어딘지 위태롭다. 그런 진아에게 사소한 듯 보이는 변화의 계기가 끼어든다. 아파트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말을 걸어온 옆집 남자가 고독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콜센터에 새로 들어온 직원이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하며, 바람나서 20년 가까이 엄마를 방치하던 아빠가 엄마의 장례 후 전화를 걸어오는 것이다. 작은 균열은 결국 큰 틈을 내기 마련이다. 진아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전과 다른 일상을 마주한다. 영화는 진아의 변화로부터 지금의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답답한 일상에서 시원하게 해결되는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이 우리를 안온하게 잠들 수 있게 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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