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생각나는 네 얼굴 '니얼굴'
2022-06-22
글 : 이자연

은혜씨는 캐리커처로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기 위해 매달 양평 문호리리버마켓을 찾는다. 한 그림당 주어진 시간은 20분. 사람들을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한 뒤 사진을 보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야 시간을 맞출 수 있다. 발달장애를 가진 은혜씨는 이따금 간단한 거스름돈 계산이 어렵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에도 손님에게 “아유, 인상이 밝으세요” 하는 특유의 천연덕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그가 처음으로 그림을 그린 건 어머니 장차현실씨의 화실에서였다. 은혜씨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누구도 가르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고 색칠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대안학교 졸업 후 갈 곳이 없던 시절부터 플리마켓에서 인기 작가로 떠오른 순간들, 개인전을 열고 처음으로 일러스트 작업을 의뢰받는 날까지 은혜씨가 작가로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키워간다. 이 일련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면서 관객은 자연스레 은혜씨의 성장을 함께 나누게 된다.

발달장애인이라는 소재로부터 진지하고 심각한 분위기를 지레짐작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니얼굴>은 곳곳에 유머를 숨겨두면서 그 예상을 깨버린다. 예측할 수 없는 은혜씨의 엉뚱한 말과 행동이 웃음을 유발하며 무거운 분위기를 탈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인공의 아버지이자 연출자인 서동일 감독은 일상 속 불편함을 조명하기보다 예술을 향한 은혜씨의 의지와 성장 과정에 집중하면서 관객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나간다. <두물머리> <명령불복종 교사> <잘 왔다. 우리 같이 살자> 등 관심이 필요한 곳곳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해온 서동일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잘 느껴진다. 은혜씨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영옥(한지민)의 언니 영희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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