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씨네21>은 2022년부터 트위터 코리아와 함께 매주 목요일 또는 금요일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영화와 시리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눕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539987645178073088)
김혜리 @imagolog <컴온 컴온>은 여러분이 아마도 한편쯤 영화를 봤을 법한 감독의 지난해 영화예요. 마이크 밀스 감독의 영화죠. 그의 전작으로는 <비기너스>, 그리고 <우리의 20세기>가 있어요. 밀스는 자신과 자신을 아는 가까운 사람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왔어요. 원래 디자이너였던 전력과 문학에 대한 좋은 취향을 더해서 에세이 같은 영화를 만들었죠. <비기너스>는 말년에 커밍아웃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감독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였고요. <우리의 20세기>는 밀스를 키운 어머니와 한집에서 살면서 가르침을 줬던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였습니다. <컴온 컴온>은 감독과 9살 아들과의 경험을 소재로 만든 영화입니다. 참 일관성 있는 감독이죠.
김혜리 @imagolog 이젠 잘 쓰지 않는 용어지만, 보보스(BOBOS)란 말이 있었어요. 보헤미안과 부르주아를 합친 말이죠.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는 부르주아이면서, 정신적으론 리버럴하고 로맨틱해 자유를 추구하는 보헤미안 같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한때 실리콘밸리와 광고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문화를 이끈다는 주장을 담은 책도 나오곤 했어요. <컴온 컴온>은 보보스의 가족 드라마가 아닌가 싶어요. 생활은 윤택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직업을 갖고 있고 지식도 풍부하지만, 사랑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여기는 불안도 갖고 있죠. 이런 태도는 <우리의 20세기> <비기너스>에 나왔던 부모 세대부터 집안에 축적된 문화처럼 보여요. 밀스 감독의 영화가 보보스의 패밀리 드라마란 인상은 <컴온 컴온>을 보고도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김혜리 @imagolog 또한 이 영화는 로드 무비죠. 그리고 흑백으로 아주 아름답게 찍혔어요. 따스하고 가장자리가 은은하게 빛나는 블랙 앤드 화이트예요. 영화 속 뉴욕은 따스해 보이고 어떤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죠.
김혜리 @imagolog 이 영화에는 극영화가 아닌 부분도 있어요. 조니(호아킨 피닉스)가 실제 미국 청소년들을 만나 무엇이 당신을 걱정하게 만드느냐, 당신이 사는 도시가 어떻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냐고 묻고 그들의 답을 영화에 넣었어요. 현실 어린이들 인터뷰, 허구의 캐릭터 제시(우디 노먼)와 조니가 우정을 맺는 일은 영화에 하나로 묶여 있지만, 사실 다른 두 가지 세계죠. 영화는 산업적으로 퇴락한 디트로이트, 자연재해를 입은 뉴올리언스, 뉴욕 이민 가정 아이들을 취재하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자칫하면 실제 인터뷰가 이 영화에 리얼리티를 불어넣기 위해 취하는 제스처에 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김혜리 @imagolog 영화 끝날 때 “데반테 브라이언트에게 영화를 바친다”라는 자막이 나와요. 그 아이는 뉴올리언스에서 인터뷰이가 됐던 어린이 중 한명이고, 그 아이의 인터뷰도 영화에 들어 있죠. 근데 이 어린이가 인터뷰에 응하고 나서 총기 사고로 10살 생일을 앞두고 사망했어요. 그렇다고 소년의 이름을 앞세우는 것은 상업영화가 소년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뒤 헌사를 적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혜리 @imagolog 마이크 밀스 감독은 어떻게 보면 부러운 사람이에요. 자기가 제일 잘 아는 이야기를 좋은 취향과 합쳐 영화로 만들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죠. 전 그의 영화가 자축하는 영화라 생각해요. 나를 아는 사람, 내가 아는 장소, 내가 경험한 시간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이 있다고 느껴져요. 나는 잘 살아왔고, 내가 아는 사람들이 날 사랑하고, 내 삶에 좋은 일들이 있었다고. 인생을 아름답다고 보는 긍정적인 영화들이에요. 삶의 긍정을 높이 사는 분들은 불만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겠고, 어떤 분들은 좁은 접근법이 아니냐고 아쉬워하지 않을까 해요.
<컴온 컴온>과 함께 보면 좋을 작품
배동미 @somethin_fishy_ 제시를 보고 <소울>의 어린 영혼 22가 생각났어요. 제시는 스스로를 또래와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라 묘사하지만, 제게는 조숙하지만 가끔은 엉뚱한, 그 나이 대 아이처럼 보였어요. 어쩌면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는 건, 아이들만의 특권 같아요. 어릴 땐 내 부모님이, 내가 처한 상황이 특별하고 생경하게 느껴지잖아요. 또 모든 걸 새롭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고요. 지구로 간 22는 제시처럼 일상에 감격하는데요. 단풍나무 가로수, 바람이 불면서 거기서 떨어진 이파리와 씨앗, 배고플 때 먹었던 피자 한 조각,지하철 플랫폼에서 들었던 노래. 이 평범한 순간들이 어린 영혼 22의 눈을 통하면 특별하고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남선우 @pasunedame 주인공 마틸다는 책과 공부를 사랑하는 아이에요. 반면 마틸다의 엄마와 아빠는 사기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틸다는 그런 엄마와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 역시 딸을 이해 못하죠. 그래서 마틸다는 집안에서 소외감을 느껴요. 하지만 학교에선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데요. 마틸다는 허니 선생님과 소통하면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경험을 해요. 아이들과 있을 때만 겪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학교에서 만든 관계들 속에서 마틸다는 성장의 기회를 찾아가요. 가족이 아닌 좋은 어른과의 만남은, 어린이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능성들의 문이 열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