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문성근 이사장, 방은진 집행위원장 인터뷰
2022-07-01
글 : 이자연
사진 : 최성열
“잘 만든 영화 한편이 궁극적인 변화를 만든다”

합심, 평화, 희망… 평창영화제를 상징하는 키워드에 올해는 ‘연결’이 추가됐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평창영화제가 지역 영화 네트워크 활성화를 꿈꾸며 전국의 독립영화인들을 평창에 초대했다. 문성근 평창영화제 이사장과 방은진 집행위원장에게 영화제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문성근, 방은진(왼쪽부터)

이번 평창영화제의 슬로건은 ‘위드 시네마’다.

방은진 최근 3년 동안 OTT 플랫폼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영화를 보는 경험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배경에 집단적으로 동일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시네마의 의미를 전하려 했다.

2019년 ‘평창남북평화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영화제가 출범했지만, 이듬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행사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엔데믹 시대에 접어든 지금,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감회가 어떤가.

문성근 그동안 ‘평화’의 범주가 계속 넓어졌다. 민족 갈등, 종교 갈등, 지역 갈등, 빈부 격차, 환경문제 등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세계 이슈를 선정해 문화 선진국에 걸맞은 담론을 나누었다. 이러한 주제가 아직 낯선 시민들에게도 문턱을 낮추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무엇보다 영화제는 저녁에 술 마시며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게 큰 즐거움인데(웃음), 이번 영화제 기간에 주변 식당가를 보니 사람들로 북적이더라. 오랜만에 이런 풍경을 보면서 우리 영화제가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은진 트레이닝센터와 감자 창고, 눈꽃 축제장 등을 넓은 극장으로 활용하면서 폐쇄된 공간의 위험성을 낮추어 영화제를 이어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잘 지켜준 관객과 철저한 방역 덕분이기도 하다. 평창의 햇볕과 바람을 쐬어 마음이 치유됐다는 반응도 많았다. 우리가 평창영화제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었다.

전쟁과 질병으로 세상이 들썩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영화제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문성근 뛰어난 정치인이 100시간 동안 연설하는 것보다 잘 만든 영화 한편의 파급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설득은 이데올로기적 선입견이 작동해 이야기를 듣기 전부터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성적 내용을 정서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근본을 흔들며 궁극적인 변화를 만든다. 그런 면에서 영화제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영화제의 부대행사로 ‘지역영화 네트워크 명랑운동회’와 ‘지역영화 네트워크 활성화 포럼’을 진행했다. 영화와 관객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영화산업 활성화까지 조명하고 있다.

문성근 영화는 한 분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무척 다양한 분야가 협력하고 있다. 감독과 배우의 역할이 다른 것처럼 상영업, 투자업, 제작업의 업무 형태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각자의 영역에만 집중하고 가끔은 컴퓨터 화면 앞에 외로운 개체로 존재할 때도 있다. 운동회에서 서로 몸을 부딪다보면 견고한 벽을 깨고 교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을 통해 독립영화인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한마디로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순간이다. 네트워크를 쌓으면서 서로 부족한 것과 가진 것을 교환할 수 있지 않겠나.

지역 영화산업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건 관객이기도 하다.

방은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화제에 출품되는 영화는 대체로 상업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관객이 낯설게 느끼기도 한다. 다양한 메뉴를 먹어봐야 각 음식의 맛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천편일률적 영화에서 벗어나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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