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BIFAN #2호 [인터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한선화, 박병은 인터뷰
2022-07-08
글 : 김수영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박병은을 누군가는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민치록이나 영화 <암살>의 카와구치 슌스케, 혹은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의 윤재영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2000년대 초반의 박병은은 독립영화로도 부지런히 얼굴을 알리던 신인배우였다. 그 시절 자주 찾았던 영화제는 그에게 청춘이고, 친구이고,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영화제로 시작한 대화는 연거푸 우정의 이야기로 끝났다. 올해 부천영화제와 새로운 우정을 쌓게 된 배우 박병은을 개막식 직전에 만났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괜찮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박병은 인터뷰

- 부천영화제의 개막식 사회를 맡은 소감은?

= 영화제뿐 아니라 사회를 보는 것 자체가 거의 처음이다. 친구 결혼식 사회를 한번 본 정도? (웃음) 그때도 너무 떨리고 힘들었다. 왜 그렇게 떨렸나 생각해보니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 겁을 먹은 것 같다. 이번에 제안받았을 때도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선후배, 동료들 앞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리허설할 때도 기분 좋게 했다. 빨리 나가서 다들 만나 뵙고싶다.

- 독립영화에도 많이 출연했으니 영화제 자체는 익숙하겠다.

= 독립영화를 많이 찍었던 예전엔 오정세, 양익준 배우와 영화제에 몰려다니곤 했다. 나에게 영화제는 굉장히 친숙한 곳이다. 연기에 미쳐 있던 젊은 시절부터 함께 성장해온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 고생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술 한잔 하고, 누가 영화 찍었다고 하면 보고 놀리기도 하고 칭찬도 하는, 진짜 축제였다. 선배가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어릴 땐 그런 게 좋았다. (웃음)

- 영화제 하면 떠오르는 추억 하나 들려 달라.

= 제일 자주 갔던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였다. 오정세, 양익준, 정만식 이런 친구들과 우르르 놀러 갔다. 가끔 배우들 옆에서 술 먹게 되면 ‘와, 실감이 안난다’하며 좋아하던 기억이 있다. 영화제 하면 그 친구들이 떠오르는데, 오래 전부터 모여서 영화제뿐만 아니라 같이 연기 공부하고 단편영화 찍고 오디션 보러 다니곤 했었다. 모임 이름은 ‘다도리타’다. 처음 모여서 함께 읽은 대사가 “엄마, 생각나요? 우리 옛날에 닭도리탕 참 많이 해먹었는데”여서 닭도리탕에서 받침을 모두 뺀 ‘다도리타’를 모임명으로 정했다. (웃음)

- 이번 부천영화제에 다양한 특별전이 준비되어 있는데 혹시 가장 기대되는 행사가 있다면.

= 설경구는 설경구다! 예전에 오디션 볼 때 설경구 선배님의 <박하사탕>이나 <오아시스> 대사를 엄청 많이 했다. <박하사탕>에서 비닐하우스에서 순임의 남편에게 총 겨누는 장면 있지 않나. “그냥 갈래, 죽는 거 보고 갈래” 하면서 울부짖는 그 장면은 오디션 때 열 번도 넘게 연기했다. 설경구 선배님과 같은 사무실에 있어서 한번 뵙고 말씀드린 적 있다. “그래, 그랬구나. 그래도 열심히 잘 버텼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힘이 되고 감사했다. 배우 특별전이라는 게 참 대단하고 근사한데, 이걸 보면서 언젠가 나도 특별전을 할 수 있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봤다. 안되면 사비라도 털어서. (웃음)

- 박병은 특별전을 볼 날이 기대된다. 부천영화제 하면 호러, 공포 등 장르물이 많은데 무서운 영화도 좋아하나? 악역도 자주 맡고 <킹덤>에도 출연했으니 왠지 장르물에 단련됐을 것 같다.

= 사실 깜짝깜짝 놀라는 걸 싫어해서 놀이기구 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생명이 단축되는 기분이다. <킹덤> 촬영할 때, 한밤중에 숲속을 걸어가고 있는데 나무 밑에서 좀비 분장한 보조출연자 다섯 분 정도가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너무 깜짝 놀랐지만 ‘고생하십니다’하고 지나갔다. (웃음) 또 어떤 좀비 분은 얼굴에 핏줄까지 분장한 채로 저쪽에서 휴대폰으로 ‘엄마, 아니아니, 그거 찬장에 있다고’ 통화하고 있더라. (웃음) <킹덤>은 그래서 생각만큼 무섭진 않았다.

- 최근에 드라마 <이브>로 첫 주연도 맡고 몇 편의 영화 촬영도 마쳤다.

= 이번에 영광스럽게 설경구 선배님과 <더 문>이라는 작품에서 센터장과 전 센터장으로 함께 연기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지만 정말 대단한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설경구 선배님은 8시 촬영이면 5시쯤 일어나서 한시간 반 동안 꼭 줄넘기나 운동을 하시더라. 그래서 언제부터 이렇게 하셨냐고 물어봤더니 <오아시스> 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하는 루틴이라고 했다. 선배님은 허름하더라도 세탁기가 있는 숙소를 찾는데, 그 이유가 자기 운동복을 바로바로 빨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고 많이 느꼈다.

- 영화제의 슬로건이 ‘이상해도 괜찮아’다.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에게 이상한 것 말고 또 무엇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나?

=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괜찮아. 이 얘기도 결국 ‘이상해도 괜찮아’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법과 질서에 저촉되지 않는 한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든 것을 포용력 있게 받아들이겠다는 영화제의 취지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영화제를 공부하는 즐거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한선화 인터뷰

한선화 하면 최근 <술꾼여자도시들>에서 보여준 활약을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 이전에 그는 <창밖은 겨울> <영화의 거리> 등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는 독립영화에 꾸준히 출연했다. 영화를 처음 상영하는 자리에서 관객과 소통하고, 공식 일정이 끝난 후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영화제의 묘미를 아는 한선화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직전에 만났다.

- 영화제 사회는 처음이다.

= 많은 선배님들 앞에서 사회를 보게 돼서 너무 영광이다. 원래 영화제를 굉장히 좋아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홍보대사도 했고, 전주국제영화제는 <창밖은 겨울>이란 작품으로 갔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선배님들 따라서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부천영화제는 올해가 처음이라 좀더 의미가 있다. 오늘 게스트 명단을 보니 반가운 선배님들도 몇 분 오시는 것 같아서 기대된다.

- 부천영화제에 대한 이미지는 어땠나. 장르영화로 유명한 곳인데 혹시 호러영화는 잘 보나.

= 3대 영화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귀신 나오고 음습하고 미스터리하고 잔인한 영화를 잘 못 보는데, 장르영화가 꼭 무서운 영화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내가 출연한 <걸스 인 더 케이지>도 재미있는 장르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장르영화를 즐긴다.

- 예전에 어느 피칭 행사를 취재하러 갔다가 한선화 배우가 참석한 것을 보고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산업 관련 행사에 배우가 오는 일은 드무니까.

= 처음으로 찍은 독립영화 <영화의 거리> 피칭 자리였다. 마켓에서 작품을 공개한다기에 PD님, 대표님 응원 차, 마켓 행사도 공부할 겸 참석했다. 영화제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새로운 곳을 갈 때마다 공부를 하게 된다. 그렇게 다양한 영화제를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다.

- 올해 부천에서 상영하는 <걸스 인 더 케이지>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 예전에 김선웅 감독님이 다른 영화로 제안을 주신 적이 있는데 여차여차 인연이 닿지 못했다. 같은 감독님이 한번 더 제안을 줬을 때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이 작품을 내가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드라마 <신의 선물 – 14일>을 할 때 연기 호흡이 좋다는 반응을 얻었던 연제욱 오빠의 영향도 크다. 지금까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의지하는 관계다. 연제욱 오빠도 적극적으로 함께 하자고 권유해서 오랜만에 호흡을 맞춰보자는 생각에 출연하게 됐다.

- <걸스 인 더 케이지>에서 ‘아이돌 격투 대회’의 작가를 연기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 서로 원투 펀치를 날리는 여자 아이돌들을 개성 있게 연기한 후배 배우들을 보는 감상이 남달랐겠다.

= 아직 정식으로 데뷔한 친구들이 많지 않다. 회사 없이 매니저 없이 영화 오디션을 본 신인 배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데뷔 전에 혼자 오디션을 보러 다닌 경험이 있어서인지 후배들의 모습이 멋있기도 하고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느낌을 받은 작업은 처음이었다.

- 올해 영화제에서는 어떤 점을 기대하고 있나.

= 300석이 넘는 상영관에서 <걸스 인 더 케이지>를 틀고 관객과의 대화(GV)를 한다. 감사하면서도 조금 긴장되고 무섭다. <창밖은 겨울>이나 <영화의 거리>는 작은 상영관에서 틀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관객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김선웅 감독님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어떻게 녹아 있을지 궁금하다.

- 잠시 뒤 개막식이 시작된다. 사회자로서 숨겨둔 비장의 무기가 있나.

= 아주 캐주얼한 마음가짐? (웃음) 처음 경험한 영화제에서 다들 편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영화제 하면 그런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끝나고 <걸스 인 더 케이지> 팀과 맥주 한잔 하고 싶다.

- 역시 영화제는 술자리니까!

= 동의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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