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2게더
넷플릭스, 웨이브 외
춤과 노래라면 할리우드도 질 수 없다. <씽2게더>는 전작 <씽>의 주인공들이 쇼 비즈니스계의 메카인 레드 쇼어에서 업계 최대 규모의 뮤지컬 공연을 성공시키는 애니메이션이다. “우리에겐 올라갈 길뿐이다. 위로 쭉!”이라는 주인공 일행의 구호처럼 이들은 <씽>에서 성공했던 지역 공연에 만족하지 않고 더 화려하고, 더 큰 무대를 꿈꾼다. 할시, U2의 보노, 스칼렛 요한슨, 퍼렐 윌리엄스, 태런 에저턴, 매튜 맥커너히가 목소리 출연하는 것에 모자라 빌리 아일리시, 숀 멘데스, 카밀라 카베요, 더 위켄드, 비욘세, 콜드플레이, BTS까지 내로라할 스타들의 곡이 끊임없이 흐른다. 요컨대 <씽2게더>는 가공할 문화적 영향력과 자본력을 뽐내면서도 아직 배고프다는, 더 올라가고 싶다는 할리우드의 야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이야기다.
레드 로켓
웨이브, Apple TV+ 외
할리우드에 <씽2게더> 같은 성공담만 있진 않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디즈니 월드라는 꿈의 공간, 그 이면의 애상을 그려낸 숀 베이커가 이번엔 할리우드적 야망의 추악상을 드러낸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삼았던 <탠저린>과 달리 <레드 로켓>의 공간은 텍사스다. LA의 인기 포르노 배우였던 마이키가 돈과 거처를 모두 잃고 텍사스시티에 있는 아내 집으로 돌아온다. 가정을 버렸던 과거를 청산하고 제대로 살겠다는 결심도 잠시, 마이키는 도넛 가게에서 일하는 고등학생 스트로베리를 구슬리며 포르노 스타로의 복귀를 노린다. 그렇게 <레드 로켓>은 가족, 청소년, 여성 등 온갖 타인을 착취하면서까지 성공을 꿈꾸는 마이키의 모습을 통해 할리우드 혹은 트럼프시대 미국의 정치적 지형도를 하나의 우화로 펼쳐낸다.
데이비드 보위: 지기 스타더스트의 시작
>왓챠
미국 문화에 혼자 대적할 만한 시대의 아이콘이 영국에 있다. 데이비드 보위 혹은 지기 스타더스트. 70년대의 데이비드 보위는 글램 록이라는 특정 음악 장르뿐 아니라 페르소나라는 예술가의 정체성, 음악적 패스티시나 퀴어 코드 사용 등 20세기 후반의 대중문화 경향을 요약하는 총체적 명사다. 영화는 보위의 친척들과 과거 밴드 멤버들의 인터뷰, 보위가 남긴 자료 및 음악을 통해 그의 유년 시절부터 초창기 음악 생활까지 좇는다. 기존에 보위를 다뤘던 다큐멘터리와 차별되는 부분은 1973년 이전의 보위에 집중하며 11년 동안 무려 9개의 밴드를 거쳤던 그의 실패담을 장황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끝없는 상업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지켰던 예술가의 뚝심과 인간 데이비드 보위의 겸손함이 무척 감미롭게 다가온다.
스파이 패밀리
넷플릭스
“봉투에 채워진 땅콩 같은 세상에서는 누구나 제각각 만난 누군가와 달라붙어 있어.” 오프닝 음악이 애니메이션의 주제를 멋들어지게 함축한다. <스파이 패밀리>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상 국가에서 적국의 스파이인 로이드, 전문 암살자 요르, 독심술사 소녀 아냐가 각자의 목표를 위해 가정을 이루고 유지하는 이야기다. 가족이라는 얇은 봉투 안에서 이들이 나누는 온정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떠올리게 할 만큼 찌릿하다. 아냐가 들여다보는 양부모의 속마음이 극적 아이러니의 웃음을 배가하고, <바람의 검심> 시리즈로 유명한 후루하시 가즈히로 감독의 액션도 출중하게 그려진다. 특히 감독의 전작 <헌터X헌터>의 넨 피구를 인용한 10화 <피구 대작전>은 애니메이션 팬들의 환호를 이끌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