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시공간 넘어 ‘XR’ 유쾌한 체험, 영화보다 인기 끌 날 오겠죠”
2022-07-14
글 : 한겨레제휴기사 (한겨레 신문 제휴기사 등록)
[한겨레]

[김종민 부천영화제 XR 프로그래머] / 비욘드 리얼리티 42편 선정 전시

“XR 콘텐츠, 영화 초창기쯤 와있어 관객들이 좋은 경험이라 인정하면 비싸도 영화보다 더 많이 볼 것”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 프로그램 ‘비욘드 리얼리티’(Beyond Reality) 섹션에 공식 선정된 클로에 로슈뢰유 감독의 확장현실 콘텐츠 <9·11: 생존자의 기록> 스틸컷.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관람’하는 영화에서 ‘체험’하는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로.

확장현실은 고글처럼 생긴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해서 감상하는 영상 콘텐츠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의 기술을 통칭하는 포괄적 용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2016년 국내 영화제 가운데 처음으로 가상현실 콘텐츠를 소개하고, 2019년부터는 특별 프로그램 ‘비욘드 리얼리티’(Beyond Reality) 섹션을 운영해오고 있다. 앞선 2020년 11월 부천영화제가 인천공항에서 개최한 ‘인천공항에서 떠나는 가상 콘텐츠 여행’은 가상현실 속에서 여행을 경험하게 만들어 코로나19로 문화생활에 목마른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바 있다.

7년째 부천영화제의 확장현실 부문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민 큐레이터는 국내 최고의 확장현실 전문가로 손꼽힌다. 지난 8일 오후,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만난 김 프로그래머는 “지금 확장현실 콘텐츠는 발전 단계로 치자면 영화의 초창기쯤에 와 있다”며 “메타버스(가상세계)와 버추얼 캐릭터(가상 인간) 등 관련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콘텐츠 질의 비약적 향상으로 확장현실 콘텐츠가 우리의 삶과 점점 더 가까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확장현실(XR) 프로그래머가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 마련된 확장현실 체험 전시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올해 부천영화제의 ‘비욘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부천 만화박물관과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동시에 전시되고 있다. 그는 “두 장소의 특수성을 고려해 작품을 분산 배치하고, 친환경 소재 블록으로 부스를 설치해 키치한 미감과 편의를 모두 고려했다”며 “한국만화박물관에서는 기계 없이 즐기는 엑스아르 작품을 비롯해 ‘확장된 경계’와 ‘비욘드 사이언스’ 작품을, 현대백화점에서는 <9·11: 생존자의 기록> <지평선> 등 42편의 공식 선정작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올해 특히 체험자들이 ‘공간을 인식하는 방법’을 확장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그는 “권하윤 감독의 <구보, 경성 방랑>과 문준용 감독의 같은 경우는 참여자들이 직접 가상현실 콘텐츠 속을 걸으며 1930년대 경성 거리와 그림자와 빛으로 구성된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며 “이야기를 따라 찬찬히 걷다 보면 실제와 환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생경하면서도 유쾌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 프로그램 ‘비욘드 리얼리티’(Beyond Reality) 섹션에 공식 선정된 권하윤 감독의 <구보, 경성 방랑> 스틸컷.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이 밖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꾸려진 ‘비욘드 사이언스’ 섹션에서는 에스에프(SF), 자연과학, 환경 등을 주제로 하는 작품을 체험할 수 있다. “고대의 지구를 다룬 <제네시스>, 해저를 그린 <미지의 생명체>, 관람객이 직접 스토리에 개입하는 인터랙티브 시네마틱 가상현실 <블랙 아이스> 등은 인간이 가보지 못한 세계를 대신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시공간을 인식하는 인간의 감각을 바꿔놓을 것입니다.”

아직 영화나 드라마처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없는 탓에, 확장현실 콘텐츠는 전시회가 아니면 체험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확장현실 콘텐츠의 상업화는 테마파크처럼 하나의 공간을 구성해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 적합한 듯해요. 실제 캐나다에서는 우주 공간으로 카메라를 보내 우주에 있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하는 확장현실 전시가 큰 성공을 거뒀거든요. 확장현실 콘텐츠가 ‘좋은 경험’이라 인정받으면 영화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대중이 적극적으로 찾을 것이라고 봅니다.”

한겨레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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