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LA] 끝내 검투사까지 재등판한 할리우드, <트위스터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등 속편 열풍… <글래디에이터 II>는?
2024-11-25
글 : 안소연 (LA 통신원)

검투사의 어깨가 무겁다. 3억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글래디에이터>의 24년 만의 속편인 <글래디에이터 II>가 황폐해진 미국 극장가의 2024년 성적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박스오피스는 매년 1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최전성기를 누렸다. 특히 2018년에는 총 993편의 영화가 118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미국영화 역사상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소하기 시작한 미국 박스오피스는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고, 2023년은 팬데믹 이전 대비 80% 수준까지 매출액을 회복했다. 하지만 2024년의 성적은 다시 전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영화 매출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할리우드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의 연이은 파업과 이로 인한 제작 중단, 인플레이션과 OTT의 범람으로 인해 치솟은 제작비, 언급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초래한 투자 위축까지. 할리우드 또한 영화의 제작 편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23년 개봉한 영화는 592편으로,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02년과 비슷한 숫자다. 이런 상황에서 <글래디에이터 II>뿐만 아니라 수십년 만에 만들어진 속편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올해 박스오피스 6위에 오른 <트위스터스>, 4위에 오른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모두 20세기에 개봉한 작품의 후속작이다. 물론 속편 제작은 할리우드의 오랜 관행이지만 수십년 전 개봉했던 영화의 후속작이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것은 분명 이례적 현상이다. <LA타임스>는 이같은 ‘뒤늦은 속편 현상’에 관해 “검증된 스토리를 재생산해 위험을 피하는 할리우드의 관행에 더해,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려는 제작사들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콜로세움의 관중을 향해 “이래도 즐겁지 않냐? 이런 걸 보러 온 것 아니었나!”라고 외친 <글래디에이터>의 대사가 미국 대중문화의 밈으로 자리 잡은 지 24년째다. 수십년 만에 돌아온 <글래디에이터 II>와 관객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는 할리우드의 절박함이 위 대사와 겹쳐 보이는 건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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