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2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제임스 웹 망원경이 촬영한 우주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의 의미를 읽어낼 과학적 지식은 없지만 사진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데는 아무런 지식도 필요하지 않았다. 별의 생성과 소멸은 물론이고 은하의 비밀에 다가서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는 뉴스를 접하며, 무엇보다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에서 수증기 형태의 물이 발견되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이러다 정말 10년 내 외계 생명의 신호를 찾았다는 소식까지 듣게 되는 것은 아닐까 두근댔다. 물론 우주의 시간은 광년(1광년은 9조4670억7782만km)의 단위로 측정하기에도 벅차고 그 광년은 어떻게 해서도 실감할 수 없는 시간과 거리의 개념이라 나는 우주의 원초적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것 말고는 달리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를 대비할 방법을 모르겠다. 그렇지만 ‘창백한 푸른 점’에 사는 인간은, 우주의 아득함과 까마득함을 보며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워왔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말했듯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 되었다”. 별에 대해 숙고한다는 것은 우리의 기원을 생각한다는 것이고, 인간의 시공간 너머를 상상한다는 것이다.
제임스 웹 망원경의 사진이 공개된 다음날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 언론시사가 있었다. 영화의 첫 장면, 우주를 배경으로 영화의 기본 설정이 설명된다. 오래전부터 외계인들은 자기네 죄수들을 인간의 몸속에 가두었고, 인간이 죽으면 외계인 죄수들도 죽는 형벌을 내렸다. 간혹 어떤 죄수들은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탈옥’을 감행하는데, 탈옥한 외계인 죄수들을 잡아 가두는 가드가 지구에 상주하며 인간세계의 혼란을 막는다. 이후 이야기는 탈옥 외계인들의 반란과 그것을 막으려는 이들의 시공간 초월 대결로 이어진다. <빽 투 더 퓨쳐>를 비롯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까지 여러 SF, 판타지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이는 <외계+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흥겨운 대목은 외계인이나 우주선이 등장할 때가 아니라 도사들이 도포 자락 휘날리며 등장할 때다. 인간보다 비상하고 외계인보다는 범상한 도사들의 도술과 만담에서 최동훈 감독의 장기는 확실히 고조된다. <외계+인>의 이야기는 다음주에 기사로 자세히 풀어낼 예정이니 개인적 감상은 여기서 줄이고…. 우주에서 보내온 사진 때문인지 영화 때문인지, 이상하게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으로 미지와의 조우를 상상하게 된 한주였다. 언젠가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리 놀라지 않을 것 같다. 그건 다 영화 때문이다. 영화의 상상력이 우리를 머나먼 우주 어디쯤에 데려다놓은 지도 한참 됐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