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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메리 퀴어'
2022-07-15
글 : 최지은 (작가 <이런 얘기 하지 말까?>)

소개팅, 미팅, 환승 연애, 결혼, 이혼까지 이성애 소재 예능 프로의 범람 속에서 웨이브 ‘리얼 커밍아웃 로맨스’ <메리 퀴어>가 막을 올렸다. 보성과 민준은 게이, 가람과 승은은 레즈비언 커플이다. 지해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법적 성별 정정을 준비 중인 FTM(트랜스 남성) 트랜스젠더, 지해의 연인 민주는 바이섹슈얼 여성이다. 결혼을 계획 중인 세 커플은 다양한 국면에서 차별과 마주한다. 하지만 이들은 기죽거나 포기할 생각이 없다. 가람과 승은은 앞서 결혼식을 준비해온 레즈비언 커플과 만나 조언을 구한다. 민주와 수영장 데이트를 하려다 탈의실 이용 문제로 거절당한 지해는 “나중에 호적 정정하면 그냥 남자 탈의실로 들어가야지! 하고 싶은 성별, 하고 싶은 일, 다 할 거야!”라고 다짐한다. 민준과 혼인신고한다는 통보에 “무슨 의미가 있냐. 남들이 미쳤다고 한다”라고 반응하는 엄마를 향해 보성은 덤덤히 답한다. “나에겐 의미 있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나는 해보고 싶은 거 다 할 거야. 그러니까 엄마도 오래오래 살아.”

22년 전 커밍아웃한 후 차별과 혐오의 표적이 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던 진행자 홍석천은 “난 그런 거(결혼) 포기했는데 이 친구들은 하겠다는 거”를 보며 ‘꼰대 게이’가 된 듯한 감개무량함을 토로한다. 그는 남성 성기 재건 수술을 하지 않은 지해가 수영복 차림에서 불편감을 느끼는 것처럼 사소해 보이거나 그냥 웃어넘기기 쉬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성소수자가 부딪히는 어려움을 정확히 전달하려 노력한다. 다만 그를 제외한 두명의 진행자가 모두 이성애자이며, 그중 한 사람인 신동엽이 ‘퀴어 친화적’ 태도 속에 남성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담긴 낡은 농담을 여전히 종종 던진다는 사실은 아쉽다. 그가 홍석천과 친분이 두텁다는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이제 그런 말들은 폐기할 때가 되었다.

CHECK POINT

한국에서 유튜브가 끼친 가장 유의미한 영향 중 하나는 퀴어 가시화가 아닐까. 유튜브 시대가 시작되며 적지 않은 성소수자가 혐오 세력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개인방송을 통해 자신을 드러냈고, 그중 인기 있는 이들이 지상파를 비롯한 TV프로그램으로 진출하는 흐름은 이제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메리 퀴어>의 출연자들 역시 모두 커플 유튜버로, 지해와 민주는 ‘노네임’, 가람과 승은은 ‘토돌이네’, 보성과 민준은 ‘뽀송한 준’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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