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4화부터 보게 되었다. 연거푸 변호사와 검사 등 법조인이 대통령을 하면서, 한국 사회의 얘기는 온통 법조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경향이 있다. 좀 지겨워졌다. ‘변호사 우영우’, 법조인 얘기의 또 다른 변이겠지,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바다에서 40년을 사는 돌고래들이 한국의 수족관에서는 4년밖에 살지 못한다.”
요즘 읽고 있는 핫핑크돌핀스의 <바다, 우리가 사는 곳>의 표지에 나와 있는 문장이다. 이 얘기가 마침 채널 돌리다가 잠시 멈춰선 우영우 얘기에서 나왔다. 작가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봤을까? 아니면 인터뷰 기사를 본 것일까? 달리 할 일도 없어서 드라마를 끝까지 봤고, 앞의 것도 찾아서 봤다. 제주도 앞바다와 해변, 모비딕 얘기에서 핫핑크돌핀스까지, 이 자연스러운 전개는 아무래도 드라마의 ‘속 얘기’에 해당하는 것 같다. 겉 얘기는 장애에 관한 이야기이고, 속 얘기는 고래와 바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핫핑크돌핀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제주도의 해상풍력발전기, 남방큰돌고래 등 고래 서식 환경의 변화 문제 때문이다. 온실가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형 해상풍력이 필요한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연안에서 주로 활동하는 고래의 생태에 영향을 준다는 게 핫핑크돌핀스의 얘기다. 진짜 그런가?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이게 내가 요 몇주 동안 가장 크게 고민한 문제다. 그런 복합적인 고래 얘기를 드라마에서 보고 너무 반가웠다.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나의 20대는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함께 왔다. 50대 중반을 보내면서, 나에게 고래는 이제 보호를 넘어 인류와 바다라는 보다 복잡한 주제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런 복잡한 심경 한가운데로 변호사 우영우 얘기가 훅 들어왔다. “타도해야 할” 대상을 열심히 찾던 영화 <내부자들>의 거칠었던 검사 우장훈 얘기에서 일상의 삶과 고래 얘기에 푹 빠진 변호사 우영우, 확실히 시대가 변하고 법조인 얘기도 변하는 것 같다. 법조인 얘기 한구석에 살짝 등장한 고래 얘기, 여기가 우리 시대의 최전선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돌고래 쇼를 보고 고래 고기를 먹던 시대에서 고래 관광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쳐, 이제는 고래와의 공존을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