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 '배드 럭 뱅잉'
2022-07-27
글 : 소은성

‘죄 없는 이들의 집’이라고도 불리는 명문 크라이니크 학교의 교사 에미(카디아 파스칼리우)는 남편과 찍은 섹스 비디오가 인터넷상에 유출되며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남편이 컴퓨터 수리를 맡긴 뒤에 벌어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난 사건이지만 그 증거를 제시할 수 없었던 에미는 학부모 회의에 출석하게 된다. 하지만 그를 향한 학부모들의 무자비한 경멸과 모욕은 이 자리가 실은 마녀재판에 다름 아니며, 그것은 혐오와 배제에 기반한 사회가 끊임없이 희생자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루마니아 뉴웨이브의 주역인 감독 라두 주데는 루마니아 사회의 이러한 희생자들, 집시(<아페림>), 유태인(<상처 입은 마음> <나는 야만의 역사로 거슬러가도 상관하지 않는다> <열차의 출구>), 독재정권에 저항한 학생(<대문자>)을 다룬 전작들에 이어 <배드 럭 뱅잉>에서는 한 여성을 또 다른 희생자로 호명한다. 그러나 에미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언제나 그렇듯 사회적 맥락 안에서 역사성을 갖는다. 영화의 2부 <일화, 기호, 경이에 관한 소사전>에 등장하는 71개의 단어, 아카이브 영상과 인용된 텍스트는 루마니아 사회의 폭력의 역사를 구성하고자 시도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사전은 3부 <실천과 빈정거림(시트콤)>에서 에미를 상대로 벌어지는 마녀재판을 통해 다시 환기되고, 따라서 이 재판은 역사의 실천인 셈이다. 물론 여기에서 방점은 ‘빈정거림’에 찍혀 있다. 영화는 농담만이 역사를 구원할 수 있다는 듯 맹렬하게, 온갖 종류의 혐오를 부끄러움 없이 내두르는 부르주아적 위선을 빈정거린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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