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이주현 편집장] 그런 순간엔 이런 음악을
2022-08-05
글 : 이주현

“영화가 편집실에서 만들어진다는 클리셰가 거짓이라면, ‘음악을 넣으면 장면이 더 괜찮아질 거야’라는 클리셰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영화는 좋은 음악이 들어가면 더 나아진다.” 시드니 루멧 감독이 쓴 책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나오는 문장이다. 시드니 루멧 감독이 자신의 영화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영화 제작 전반에 관한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유용한 안내서이자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없는 직업적 회고담이자 20세기 후반 할리우드의 역사를 생생히 담고 있는 최고의 텍스트다. 시드니 루멧은 영화의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에서 “음악과 영화, 이 둘은 영원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훌륭한 장면에는 훌륭한 스코어가 있다”며 영화와 음악의 상호 관계를 헤아렸는데, 그가 말하는 좋은 영화음악은 결국 영화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투명하게 존재하는 음악이다.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신나는 축제의 장이 되어주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8월11일 개막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신진 영화음악 작곡가들의 데뷔를 지원하는 ‘짐프 OST 마켓’을 연다. 이번주 <씨네21>에선 ‘짐프 OST 마켓’에 참여하는 5명의 신진 영화음악 작곡가들을 만나 그들의 꿈과 포부를 들었다. 이들이 훗날 어떤 음악가로 성장해 있을지 기대도 되고, 당장은 영화제 기간에 있을 비즈니스 미팅에서 좋은 기회를 잡아 실질적 데뷔에 성공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또 이들은 각자의 취향의 스펙트럼이 반영된 ‘최근 나에게 영감을 준 음악’ 목록도 하나씩 소개해주었는데, 이 리스트를 보니 문득 나만의 서머 플레이리스트를 작성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마감날 출근길엔 억지로라도 기운 나는 곡을 찾아 듣는 편이다. 이를테면 <결혼 이야기>에서 애덤 드라이버가 부른, 뮤지컬 <컴퍼니>의 대표 넘버 《Being Alive》라든지, <인사이드 아웃>의 O.S.T 《Bundle of Joy》 같은 음악은 즉각적으로 축 처진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처방약 같은 곡들이다. 또한 리조(Lizzo)의 스왜그 넘치는 노래들은 몇년째 무더운 여름날의 에너지 드링크가 되어주고 있으며, 잠 못 드는 여름밤엔 조성진의 드뷔시 앨범을 들으며 마음의 온도를 식히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O.S.T의 피아노곡들로 주말의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것이 음악이든, 영화든, 책이든, 세상의 소음에서 해방시켜줄 나만의 리스트를 작성해보는 일은 의외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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