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무형식의 파격. 전지적 동물 시점으로 다시 기록한 홈 비디오의 괴력. ‘카우’
2022-08-10
글 : 송경원

무형식의 파격. <카우>는 형식적으로 다큐멘터리지만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와는 궤를 달리한다. <피쉬 탱크>(2009),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2016)로 남다른 관점을 선보였던 안드리아 아놀드 감독은 편견 없는 카메라의 힘에 기대어 또 한번 자신의 독특한 시선의 위력을 증명했다. 내용은 별다를 것 없다. 영국 켄트의 한 낙농장에서 사육되는 젖소 루마와 갓 태어난 아기 젖소의 일생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 그게 전부다. 아무런 설명도 내레이션도 없이 관객의 눈앞에 들이밀어지는 화면은 얼핏 상황을 그대로 찍어낸 관찰 카메라나 CCTV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니멀한 화면, 단순한 구성처럼 보이는 장면들은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찍은 이미지의 나열이 아니다. 서사의 토대가 되는 극적인 구성과도 다르다. 이것은 차라리 젖소가 직접 전하는 ‘홈비디오’에 가깝다.

안드리아 아놀드 감독은 서사적 관점이나 낭만적 시선들을 카메라로부터 철저히 배제해 이미지를 이야기로부터 독립시킨다. 대부분 클로즈업으로 젖소들에 밀착한 카메라는 멀찍이 관찰하는 관찰자의 입장이 아니라 젖소들과 시간을 공유하는 동반자의 입장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동물의 시선에서 비로소 그들만의 내밀한 시간이 열린다고 해도 좋겠다. 그리하여 90분 가까이 축적된 정보들은 젖소(로 대표되는 가축)의 희생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식생활을 지탱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깨닫도록 유도한다. 클로즈업을 통한 프레임의 제한, 편집의 리듬과 속도, 순수한 이미지들이 주는 생생함과 충격 등 초기 무성영화의 리듬을 연상시키는, 무형식의 형식이 빛난다. 불편한 이미지를 버텨낸다면 화면 너머에 어른거리는 진실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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