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뒤만 보게 했던 내 몸을 정면으로 돌려세우기까지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2022-08-10
글 : 이유채 (객원기자)

은퇴한 60대 중등 종교 교사 낸시 스토크(엠마 톰슨)는 모범적인 아내상과 어머니상은 물론 여성상까지 받을 만한 인물이다. 그녀의 일탈 없는 생활은 남편이 죽고 나서도 계속될 것으로 짐작됐으나 사별 2년 뒤 낸시는 일평생 느낀 척만 해왔던 성적 만족을 제대로 얻고자 섹스 서비스를 신청한다. 그러나 그녀의 모험심은 예약 당일, 서비스 제공자 리오 그랜드(다릴 맥코맥)를 만나기도 전에 사라진다. 다행히 능수능란한 청년 직업인이 죄책감과 부끄러움으로 안절부절못하는 고객을 경청과 성의 있는 답변으로 안심시킨다. 덕분에 첫 이용이 매우 만족스러웠던 낸시는 다음 약속을 잡고, 리오에 대한 선 넘는 호기심을 키운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가 주는 가장 큰 감흥은 뜻밖에도 안정감이다. 영화는 관습에 속박돼 자신의 결핍을 방치한 채로 살아온 낸시가 리오와의 대화에서 이완과 충만의 미덕을 배워가는 과정을 시간을 들여 담아냄으로써 심리 치료극의 성격을 띤다. 자기 몸에서 단점을 찾기 바빴던 낸시가 자신의 몸을 평가 없이 바라볼 정도로 달라진다는 점이 현실적이면서도 실천의 여지를 준다. 생활 소음이 제거된 호텔 룸을 주 무대로 하는 만큼 침구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스킨십 사운드를 최대한 활용해 섹슈얼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케이티 브랜드가 각본을 맡아 농담과 진심이 응축된 대사의 말맛이 특히 살아 있다. 엠마 톰슨은 대사의 뉘앙스를 정확히 파악해 발화함으로써 웃음과 공감을 끌어낸다. 촬영 한달 전에 발견된 신예 다릴 맥코맥은 대선배의 연기에 리드미컬하게 응수하며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는다. 제38회 선댄스영화제와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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