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스내치'와 '킬 빌'이 되기에는... '불릿 트레인'
2022-08-31
글 : 임수연

미션 수행을 위해 출몰하는 곳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킬러, 지독하게 운이 없기로 유명한 레이디버그(브래드 피트)는 휴가를 반납한 채 갑작스러운 미션에 투입된다. 원래 일을 맡기로 한 다른 킬러 카버(라이언 레이놀즈)가 갑작스럽게 아프다며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일본 신칸센에 올라 손잡이에 기차 스티커가 붙어 있는 서류 가방을 탈취해 열차에서 내리기만 하면 된다는 간단한 미션인 데다 오랜만에 변화를 주고 싶어 코인 로커에서 총도 챙기지 않았건만, 기차에는 각국에서 온 정체불명의 킬러들이 각자의 미션을 위해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불릿 트레인>은 <존 윅>(공동 연출), <아토믹 블론드> <데드풀2> <분노의 질주: 홉스&쇼>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리치의 신작이다. 그는 10년 동안 스턴트 업계에 몸담으며 <파이트 클럽>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트로이> 등에서 브래드 피트의 대역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스턴트 코디네이터, 무술감독 출신이다. 브래드 피트가 멀티캐스팅의 한축으로, 그와 인연을 맺었던 다양한 배우들이 조연 혹은 카메오로 출연한 것 역시 이들의 인연 덕분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마리아 비틀>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는 배경을 미국으로 옮기는 대신 일본 신칸센의 깔끔한 이미지와 사무라이 문화를 패티시적으로 활용하며 B급 액션의 무대로 활용한다. 킬러와 미션, 다국적 킬러라는 단순한 세팅을 한 후 2시간을 빼곡히 채운 액션 물량 공세로 관객의 혼을 빼놓는 데 온 힘을 다하는, 목표가 확실한 액션영화다.

<불릿 트레인>에 오른 킬러들은 단일한 목표를 놓고 싸우지 않는다. 사실 서류 가방은 일정 지점 이후 거의 기능하지 않는 맥거핀이다. 그들은 레이디버그처럼 단순한 미션을 수행할 생각으로 기차에 올랐다가 자신이 신칸센을 타야만 했던 진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와 싸우다 죽고 이를 수습하려다가 또 죽는다. 다양한 인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비선형 플롯은 가이 리치의 <스내치>를 비롯한 초기작을, 주요 인물의 코드네임을 일본어로도 보여주는 연출에선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시리즈나 제임스 맨골드의 <더 울버린> 같은 재패니즘 색깔을 읽을 수 있지만 <불릿 트레인>은 이들 작품과 비교하기엔 서사적, 장르적 쾌감이 떨어진다. 과시적으로 거듭 꼬아 만든 인물 관계망을 지나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은 시시하고, 다수의 킬러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서로 액션 스타일이 차별화되지 않아 그들이 맞붙는 순간의 쾌감이 충만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릿 트레인>은 할리우드와 일본 스타 배우들이 크고 작은, 심지어 미미한 역할로 신나게 놀다 퇴장하는 모습을 관전할 수 있다는 차별점이 있다. 열 가지 단점도 덮을 수 있는 스타성, 그간 브래드 피트와 같은 배우들이 스크린에서 발휘해왔던 저력이기도 하다.

“오늘 운이 안 따라주는 것 같아. 기차에서 내려야겠어.” 주인공이 불운의 아이콘임을 알았을 때, 하필 변화를 주고 싶다며 코인 로커에서 총을 챙기지 않았을 때, 기차에서 내려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관객은 그의 앞날이 더욱 꼬일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불운을 상징하는 클리셰 같은 대사지만, 언제나 웃음 과녁을 적중한다.

CHECK POINT

<스내치>(2000)

아마도 <불릿 트레인>이 지향했을, 어떤 소동에 휘말려 서로를 죽고 죽이는 난장의 군상극 하면 떠오르는 매력적인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가이 리치가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작품으로, 브래드 피트 역시 이 영화에 출연했다. 베니시오 델 토로, 알란 포드, 비니 존스, 라데 셰르베지야, 제이슨 스타뎀 등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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