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사랑하는 뮤지션의 노래를 가장 예의 있게 되살리는 방식, '블레이즈'
2022-09-07
글 : 이우빈

컨트리 가수 블레이즈 폴리(벤 딕키)는 배우 지망생 시빌(에일리아 쇼캣)과 꿈같은 사랑에 빠진다. 이후 둘은 외딴 오두막에서 평생 이어질 것만 같은 오붓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뮤지션으로서의 더 큰 무대를 독려하는 시빌의 선의가 외려 블레이즈에게 독이 된다. 그가 시빌의 곁을 떠나 불안정한 타지 생활을 이어가던 중 성공을 눈앞에 두고 좌절하고 그녀와도 헤어지게 되면서다. 불우했던 과거로 인해 종종 나타나는 폭력성과 기행, 음주는 점차 그의 따스한 천성마저 침식한다.

실존 인물 블레이즈 폴리의 전기영화다. 작고한 블레이즈를 회고하는 동료 뮤지션들의 인터뷰를 매개로 그가 시빌과 사랑을 만끽하던 시간, 사망하기 전의 마지막 공연 모습 등 여러 시점의 상황이 교차로 펼쳐진다. 블레이즈의 삶을 단선적인 서사로 규정하지 않되 그의 매력적인 태와 풍모, 감정적 격동, 유머러스한 대화, 솔직했던 노래를 입체적으로 현시하기 위해서다. 감독 에단 호크가 실제 블레이즈의 연인이었던 시빌 로젠과 협업한 각본 역시 생전 블레이즈의 모습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재구성하는 데 일조한다. 또 영화의 전반적인 색감을 따뜻한 온도의 주황빛으로 색칠하면서 블레이즈 폴리를 향한 연출자의 그리움과 애정을 시각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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