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둠둠' 김용지
2022-09-08
글 : 정재현
사진 : 오계옥

김용지는 배역을 연구할 때 늘 일기를 쓰며 대본에 없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그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첫 주연작인 <둠둠>의 이나를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극 중 가장 큰 갈등을 빚는 엄마와의 대치 상황을 체화하기 위해 김용지는 어김없이 일기를 썼다. “이나는 말을 삼키는 여자다. 이나의 입장에서 엄마에게 하고픈 말을 쓴 뒤 그 문장들을 이나처럼 삼켰다.” 김용지는 이나를 소화하기 위해 평소 자신의 성정에 부대끼는 길을 제 발로 택했다. “고민이나 근심을 길게 가져가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하지만 이나의 삶은 이나의 의지와 별개로 어두움의 연속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우울한 감정이나 힘든 상태에 나를 가두고 탈출구를 없애 보았다.” 김용지는 연기 이외에도 이야기를 향한 열망으로 가득하다.

그의 아이폰 메모장에는 훗날 연출하고 싶은 뮤직비디오와 영화의 트리트먼트가 빼곡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 “종별로 역사가 있고 각 생산지의 특색이 담긴” 위스키인 점도 놀랍지 않다. 이야기를 향한 김용지의 관심은 6년째 함께하는 반려견 루, 라이와 공생할 수 있는 세상의 도모로 향한다. “세상 모든 공산품이 인체의 평균에 맞춰져 있다. 강아지들은 인간보다 낮은 시점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위험한 게 많다. 인간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본다면 바뀌는 건 없다. 인간과 강아지가 같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김용지는 <둠둠> 촬영을 마친 올해에서야 자신을 배우라 소개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전에는 직업을 물어보는 질문에 ‘프리랜서예요’, ‘백수예요’라고 대답했다. 이젠 나를 배우라 소개하는 게 편해졌다.” 직업을 향한 확신까지 장착한 배우 김용지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그의 연기와 연출로 써나갈까 궁금해진다.

FILMOGRAPHY

영화 2021 <둠둠>

드라마 2022 <썸바디> 2020 <구미호뎐> <더 킹: 영원의 군주> 2018 <미스터 션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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