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서현우, 누아르도 가능한 배우, '썬더버드'
2022-09-21
글 : 임수연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이 필요한 형제에게 한번에 5천만원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돈이 숨겨져 있는 곳은 ‘썬더버드’라는 독특한 이름이 새겨진 아우디 A4. 문제는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태민(이명로)이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전당포에서 500만원을 받고 자동차 열쇠를 맡겼다는 것이다. 택시 운전을 하며 근근이 버텨가는 태균(서현우)은전당포를 털어 열쇠만 찾으면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동생이 썩 미덥지 않다. 하지만 태민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아야 자신의 빚도 갚을 수 있는 그는 어쩔 수 없이 동생의 작전에 함께하게 된다.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하고 강원도 정선에 발이 묶여버린 태균에게도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태민의 여자 친구이자 카지노 딜러로 일한 경험이 있는 미영(이설)은 겉보기에 딱히 돈이 필요하진 않지만 썬더버드 찾기에 기꺼이 함께한다.

영화를 연출한 이재원 감독은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군 사북읍 지역에 관한 기사를 읽고 <썬더버드>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전당포에 저당 잡힌 채 길가에 방치된 자동차들 때문에 심각한 주차 문제가 야기됐다는 이야기는 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한 이미지가 됐다. 원래 주인공들에게 필요한 돈은 600만원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일이 꼬이면서 특히 태균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폭력성을 표출하게 된다. 과감하게 플롯의 방향을 틀면서 고집하는 장르적 도전에서 독립영화가 아닌 매끈한 범죄 누아르로 승부를 보겠다는 기지가 느껴진다. 이재원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으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서현우)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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