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바이, 액션!>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이하 박경석 대표)의 투쟁적인 삶과 세월호 희생자 고 문지성양의 아버지 문종택씨의 기록하는 삶을 종횡으로 엮어내고자 하는 도전적인 다큐멘터리다. 안창규 감독은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며 동지적 관계를 맺은 고 박종필 감독이 30년간 찍은 푸티지에서 두 사람을 발견한 뒤, 고인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는 수상 소감에서부터 이 작품이 “박종필 감독의 추모 영화”가 아님을 강조했다.
= 2017년에 박종필 감독이 세상을 떠나고 몇년간 여러모로 힘들었다. 더는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마저 들었다. 방황에 마침표를 찍고자 전국 일주를 떠났는데 우연히 4월에 세월호의 최종 목적지였던 제주에 도착했다. 의식을 치르듯 기억관에 가장 먼저 들렀는데 거기에 박종필 감독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 뒤로 보름간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생전에 그가 직간접적으로 들려줬던 얘기가 생각났다. 예전부터 그는 박경석 대표와 지성 아버지와 관련한 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다. 만약 그가 살아서 원하던 영화를 완성했다면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을지 궁금해져서 그의 작업물을 다시 꺼내봤다. 거기에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멈추는 박경석 대표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현장을 기록하는 지성 아버지가 있었다. 그들을 눈에 담으며 투쟁하는 그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어떻게 만들지, 내가 박종필 감독을 대신해 이 작업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할 수 있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 박경석 대표의 이야기와 문종택씨의 이야기를 번갈아 진행하는 방식의 연출법은 감독 본인의 아이디어였나.= 그렇다. 사실 작업하면서 두 사람의 활동 영역이 다른데 어떻게 이들을 연결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박경석 대표의 20년간의 싸움과 지성 아버지의 8년간의 싸움은 당연한 권리를 주장함에도 혐오적인 발언을 듣는 등의 공통된 지점이 있다. 이들이 한국 사회로부터 받는 시선도 비슷했다. 박종필 감독이 남긴 푸티지에 그런 부분이 드러난 순간이 많아 그걸 활용해 두 사람을 영화적으로 연결하려 했다.
- 두 사람을 연결 짓는 방식으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보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서든, 국가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서든 계속 싸우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런 분들을 계속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 다큐멘터리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특별히 박경석 대표의 몸과 문종택씨의 손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박경석 대표의 휠체어를 끄는 손이라든가 떨리는 다리, 그 안에는 그가 수십년간 몸으로 써온 역사가 있다. 그걸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지성 아버지는 참사 이후 미디어 활동가(유튜브 채널 세월호 유가족방송 <416TV>)가 되었다. 세월호에 대해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사람들이 잊지 않게끔 영상을 찍는 그 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후반작업이 내년 1월로 예정되어 있다. 그전까지 마무리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일단 후반작업은 미뤄질 것 같다. 두분의 투사적인 모습 말고 인간적인 매력이나 소소한 일상을 더 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일단 박경석 대표와 더 가까워지는 것이 시급하다. 박경석 대표는 요새 바쁘게 활동하느라 개인적인 삶이랄 게 없어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지만 열심히 기회를 보는 중이다. ‘마로니에 촛불’이라고 대학로에서 연극하는 분들도 있고, 서울시의회에서 공연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과 지성 아버지만의 케미가 있어서 그것까지 함께 담아 이야기를 확장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