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국제영화제]
BIFF #1호 [프리뷰] 하디 모하게흐 감독, '바람의 향기’
2022-10-06
글 : 이우빈

<바람의 향기> Scent of Wind

하디 모하게흐 / 이란 / 2022년 / 90분 / 지석 / 개막작

세상은 아름다울까. 이런 질문에 바로 긍정의 답을 내놓긴 어렵다. 당장 주위를 둘러봐도 전쟁, 혐오, 차별, 빈곤 따위의 온갖 문제가 아름다움의 대척에 산적해 있다. 하지만 <바람의 향기>를 볼 때만큼은 세상이 아름다운 곳이라 확답하고 싶어진다. 전신불수의 아들, 하반신 장애의 아버지가 황무지 한복판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갑작스레 집의 전력이 끊긴다. 전기 없인 아들의 간호가 어려운 탓에 아버지는 급히 전기공에게 연락해야 한다. 하지만 집에 인터넷은커녕 유선 전화조차 없다. 아버지는 마을을 떠돈 끝에 이웃의 전화를 빌리고 수리를 요청한다. 이내 전기공이 방문하나 수리에 필요한 부품이 없다. 여기까지의 인물, 배경, 서사만 본다면 <바람의 향기>는 삶의 고난이나 인간의 고립을 그려내는 영화일 듯하다. 그러나 영화는 고난보단 극복을, 고립보단 연대를 말한다. 전화를 빌리기 위해서 한시가 급한 아버지가 이웃 노인의 소일거리를 돕는다. 전기공은 개인적인 시간과 비용을 쓰면서까지 전력을 복구하고 아들의 간호 용품까지 구해준다. 그리고 인물들은 이런 선행을 티 내지 않는다. 즉 진정한 선함이란 조건 없이 행해져야 한다는 도덕의 정언명령을 올곧이 수행해낸다. 영화의 연출도 내용만큼이나 사려 깊다. 카메라는 인물들의 선한 움직임을 따라가거나 앞지르지 않은 채 묵묵히 고정돼있다. 감동을 돋우기 위한 배경 음악보단 자연의 소리가 화면에 감돈다. 그렇게 인물들의 선행이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현실의 당연한 모습인 양 담담히 비칠 뿐이다. 요컨대 세상이 아름답다는 명제가 자명한 진실이 된다. 국제영화제의 기능이 영화를 통한 세계의 치유와 연대라면, <바람의 향기>는 그 시작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개막작이다. 2015년에 <아야즈의 통곡>으로 뉴 커런츠상을 받았던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다시 부산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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