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국제영화제]
BIFF #1호 [프리뷰]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 '만찬’
2022-10-06
글 : 김철홍 (평론가)

<만찬> Feast

브리얀테 멘도사 / 홍콩, 중국 / 2022년 / 104분 / 아이콘

필리핀 팜팡가 주에 위치한 한 거대한 저택에선 명절을 맞이해 만찬 준비가 한창이다. 그 집의 아들 라파엘(코코 마틴)은 아버지와 함께 만찬을 차리는데 필요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로 한 남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동승자인 아버지의 주도로 그들이 사건을 수습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그들은 머지않아 꼬리를 잡히게 되는데, 그러자 아버지는 라파엘의 미래를 위해 진실을 숨긴 채 스스로 교도소에 들어가는 결단을 내린다. 라파엘 가족은 희생자의 아내를 집의 가사도우미로 고용하는 등 속죄를 시도해보지만, 그럼에도 라파엘의 죄책감은 줄어들지를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또 다른 만찬이 펼쳐지는 시기가 돌아오자 라파엘의 스트레스는 극에 이르게 된다.

필리핀의 거장이자 작년에도 연출작 <젠산 펀치>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석상을 수상했었던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이 올해도 신작으로 부산을 방문한다. <만찬>은 4막 구성과 대조되는 두 가족, 그리고 반복되는 만찬 등의 형식을 통해 속죄와 용서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특히 막이 시작될 때마다 제시되는 음식과 관련한 성경 구절은 영화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인간의 음식을 다르게 보게 만든다.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처럼 계속해서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음식이 화면을 가득 채우지만, 그럴수록 한 지붕을 공유하고 있는 두 가족의 내면은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두 가문의 기묘한 관계를 담은 영화가 홍콩과 중국의 자본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열연과 그 긴장의 흐름을 끝까지 지속시키는 핸드헬드 롱테이크 촬영 역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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