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국제영화제]
BIFF #2호 [프리뷰] 장항준 감독, '오픈 더 도어'
2022-10-07
글 : 송경원

<오픈 더 도어> Open the Door

장항준 / 한국 / 2022년 / 72분 / 파노라마

10월07일/13: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0월08일/13: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월13일/20: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관

늦은 밤, 비밀의 문이 열린다. 미국 뉴저지의 평범한 가정집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던 문석(이순원)은 처남인 치훈(서영주)이 찾아오자 함께 맞이한다. 함께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던 두 남자의 대화는 어딘지 불안하다. 치훈은 강도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 생각에 슬픔을 토로하고 문석은 그런 치훈을 위로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알코올의 기운을 빌려 마음의 문을 열수록 감정은 격해지고 끝내 해야 하지 않아야 할 비밀이 스며 나온다. 장항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오픈 더 도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비밀의 문을 두드리는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의 영화다.

네 개의 챕터가 마치 네 개의 무대처럼 이어져 인물들이 묻어놓은 과거의 진실, 그날의 비밀을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소재 자체는 단편에 어울리는 하룻밤의 일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확장되고 과거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예상치 못한 진동을 만들어낸다. 숨겨진 그 날의 진실보다 흥미로운 건은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다.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끝내 마주할 때 내면으로부터 무너져 가는 인물과 그조차 냉담하게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인간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조각해 나간다. 각 챕터 별로 접근 방식을 달리하는 연출도 흥미롭다. 원 신 원 테이크로 공간을 훑는 시퀀스에 이르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느냐보다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방점을 찍은 감독의 야심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한정된 공간에서 벌이는 인물들의 밀도 높은 연기가 입 밖으로 함부로 내뱉지 못할 감정을 형상화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소재와 이야기, 형식 간의 조화로운 긴장감이 돋보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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