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국제영화제]
BIFF #3호 [프리뷰] 김태훈 감독, ‘빅슬립’
2022-10-08
글 : 조현나

<빅슬립> Big Sleep

김태훈/한국/2022년/112분/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10월08일/13:00/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월10일/19: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10월11일/19:30/CGV센텀시티 스타리움관

10월11일/20: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기영(김영성)이 길호(최준우)를 처음 마주한 건 집 앞 평상에서였다. 조그마한 온열기에 의지해 잠든 아이를 지나치지 못해 기영은 차비를 쥐어준다. 오갈 데 없는 가출 청소년 길호가 자꾸만 평상 주위를 서성이자 결국 기영은 길호를 집으로 들인다. 유년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길거리 생활이 얼마나 참혹하고 사람을 좀먹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호가 다른 가출 청소년들을 허락 없이 집에서 재우자, 기영은 불같이 화를 내며 아이들을 내쫓는다. 협박으로 인해 길호가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줬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김태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 <빅슬립>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동명 소설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서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기영과 길호의 관계를 중심으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어떻게 범죄의 길로 내몰리는지, 또 작은 손길이 어떻게 그를 구원하는지 느린 호흡으로 묘사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길호의 변화다. 밤거리의 불안정한 기운 속에서도 길호는 익숙하단 듯 담담히 자리하는데, 우연히 만난 기영 앞에선 유독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기영의 거친 언사에 깃든 온기에 안도하며 그가 계속해서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는 탓이다. 몇 차례 불거진 갈등에도 기영은 끝내 길호가 편히 몸을 뉘일 수 있는 한평 남짓의 공간을 내어준다. <빅슬립>의 미덕은 이 구원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려 하지 않는 데 있다. 삶에 지친 인물들이 깊게 잠들고, 잠시나마 평화가 깃든 이 순간을 카메라가 주의 깊게 바라본다. <범죄도시2>, 드라마 <트레이서> 등에 출연한 김영성이 기영의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신들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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