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Small, Slow but Steady
미야케 쇼 / 일본, 프랑스 / 2022년 / 100분 /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
10월10일/13: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10월13일/13: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로 세 청춘의 ‘뜨거운 여름’을 그려냈던 미야케 쇼 감독은 신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선 프로 복서 케이코의 뜨거운 한때를 조명한다. 케이코(키시이 유키노)의 ‘눈’을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녀가 선천적 청각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코는 입을 여는 대신 손과 눈빛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사람이다. 그런 케이코가 역시 손과 눈빛이 중요한 복싱에 소질이 있는 것은 우연히 아닐지도 모른다. 영화는 1년 전 프로 선수가 된 케이코의 2년 차 어느 시점으로부터 시작된다. 케이코는 선수로서 치명적일 수도 있는 장애를 지니고도 준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생계유지를 위해서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게 힘겹지만 나름의 리듬을 형성해 나가고 있던 케이코의 삶은 소속 체육관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들려오면서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엔 체육관 폐업 외에는 특별한 격정적 사건이 없다. 심지어 영화가 그리고 있는 팬데믹 상황은 폐업쯤은 평범한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오직 복싱과 마스크로 가려진 상대의 입술을 읽는 것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하던 케이코의 입장에선 엄청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실존 인물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특별한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미야케 쇼의 감각적인 터치가 이 이야기에 뭔지 모를 보편성을 불어 넣는다. 영화의 영어 제목 ‘small, slow but steady’처럼 느리지만 꾸준히 주먹을 휘두르는 케이코를 같은 태도로 담아내는 영화.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유작 <구름 위에 살다>를 통해 2년 전 부산을 찾았던 키시이 유키노 배우가 주인공 케이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