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경찰 지지의 한여름 모험> The Adventures of Gigi the Law
알레산드로 코모딘/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2022년/103분/월드 시네마
10월9일/20:00/CGV센텀시티 5관
10월10일/19:00/영화의전당 중극장
아침 일찍 순찰을 돌던 경찰들의 눈에 수상한 남자가 포착된다. 차를 세워두고 그에게 자초지종을 묻자, 그는 기차 건널목을 건너려는 도중 한 시신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는 건널목에 스스로 몸을 던진 한 소녀의 시신이었고 그 외에도 같은 방식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평온하던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히고 경찰들은 마을 주변을 순찰하며 수상한 이들을 탐문한다. 지지는 자꾸만 마을 어귀를 어슬렁거리는 한 청년의 뒤를 조심스레 쫓는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긴박한 수사 상황이 연상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사건은 아주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며 이는 대부분 느긋하고 여유로운 지지의 태도에서 비롯한다.
<시골 경찰 지지의 한여름 모험>은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자코모의 여름>으로 우석상을 수상한 알레산드로 코모딘 감독의 신작이며, 로카르노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상 특별상 수상작이다. 감독은 전작과 같이 큰 사건 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인물의 일상에 집중한다. 말하자면 연쇄자살 사건 자체는 지지를 추동하는 계기로 작용할 뿐, 실제로는 지지의 작업 방식과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보여주는 것에 중심을 둔다. 전작에서 숲을 중요한 재료로 사용했던 코모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선 지지 소유의 정원을 중요하게 다룬다. 정원은 지지가 정체불명의 상대와 대화를 나누거나 수상한 이를 찾아 헤매는 독특한 장소로 변모한다. 10여분이 넘는 롱테이크, 고정된 카메라와 대상과의 거리감, 우연한 사건들의 나열 등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지우는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