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아나이스 인 러브', 열정적이고 관능적인 숨결
2022-10-12
글 : 정예인 (객원기자)

파리에 사는 아나이스(아나이스 드무스티에)는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가볍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발걸음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지나치게 산뜻해 걱정스럽다. 진지한 성찰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듯한 아나이스는 타인과의 교류가 쉽지 않다. 친밀한 관계에 있는 상대를 애정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그의 마음을 헤아리며,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다. 아나이스는 종종 ‘나에게 문제가 있을까’ 반문하지만, 그에 대한 반성적인 고뇌는 없다. 파트너인 라울(크리스토프 몽테네즈)은 그런 아나이스에게 교감이나 상호작용을 알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아나이스가 마치 점심에는 샌드위치를 먹으려 한다는 정도의 뉘앙스로 라울의 아이를 임신했고 중절하려 한다고 말해서다. 라울과의 관계가 삐걱댈 무렵 아나이스는 지인의 파티에서 다니엘(드니 포달리데스)을 만난다.

다니엘과의 섹슈얼한 관계는 오래가지 못하지만 그를 통해 알게 된 에밀리(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가 아나이스의 세계를 흔들어놓는다. 영화는 아나이스의 달음박질로부터 시작한다. 오프닝 시퀀스의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아나이스의 호흡은 에밀리와 만나며 열정적이고 관능적인 숨결로 변화한다. 삶과 타인에 대해 줄곧 가벼운 태도로 일관하던 아나이스가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게 되는 순간을 영화는 세심하게 좇는다.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타자에 대해 깊이 관심을 기울이고, 그의 모습에 자신을 투사하며, 상대의 말과 글에 매료되는 시간들. 시종일관 부산스러운 아나이스의 눈빛이 에밀리 앞에서 머물고, 자유롭고 대범한 아나이스로부터 잠시 잊었던 삶의 생기를 되찾는 에밀리와의 관계가 관능적으로 묘사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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