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희
군대고참. 내가 ‘빠따’도 진짜 많이 맞았다. 그를 생각하면 항상 군대에서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머리가 하도 커서 ‘화이바’가 안 들어갔던 임원희.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위병소 근무를 도맡아 했던 임원희. 운동신경도 참 안 좋아. 축구를 하면 자기편 골키퍼가 그를 제일로 무서워했으니. 쩝쩝. 하지만 그는 정통이다. 옛날 자장면이 아니라 정통 자장면이란 말씀이다. 그는 최소한 어디에다가 내놔도 손색없는 배우로서의 계보가 있다.
이문식
나한테 절대로 연락 안 하는 배우. 문식이 형이 낮에 나한테 전화걸면 잘못 건 거고, 밤에 전화하면 경찰서다. 술 먹고 택시기사랑 같이 있을 때만 나에게 전화한다. 놀 줄 아는, 잘 노는 배우 이문식. 대사를 까먹어도 걱정이 안 된다(99년 <매직타임> 할 때 뼈저리게 느꼈다). 하긴, 놀러왔는데 정해진 대사가 뭐가 필요하랴. 자연스러움이 의도되지 않고 심금을 울리기란 쉽냐? 이문식! 누구도 그를 시골스럽다 말하지 말라. 자연스러운 거다. 안성기가 국민배우라면 이문식은 넥스트 서민배우다.
정규수
누구한테 싫은 소리 못하는 마음이 여린 사람. 우리 또래한테 그는 선생님이었다. 그 시절 연극을 공부한 아이들 중에 규수 형의 <품바> 테이프를 들으면서 흉내를 안 낸 놈은 없었다. 또한 그는 형이다. 우리에겐…, 최소한 그는 불변의 형이다. 그의 광기는 형의 광기고 그의 눈물은 우리 형의 눈물이다. 늘 무대에서 온갖 기를 다 쏟아버리기 때문에 무대에 서 있는 그는 너무너무 아파 보인다. 이젠 건강을 신경쓸 나이야. 형! 올해만은 제발 연극 좀 쉬어.
신하균
유일하게 내가 피우는 도라지 담배를 따라서 피웠던 놈. 내가 신발 사면 똑같은 거 사고 내가 뭘해도 따라하는 통에 나랑 닮았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난 정말 몰랐다. 신하균 잘생겼더라. 아니, 솔직히 잘생겨지더라…. 신하균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옛날이 그립다. 아! 품성도 이젠 닮고 싶어라…. 참, 내 첫 작품인 <폭탄투하중>이 하균이의 첫 작품이었다. 그와 함께 나의 마지막 작품을 하고 싶다.(무섭지?)
정재영
군대에서 역기가 떨어져서 이마에 맞는 바람에 뼈가 부러져서 아직도 위험한 상태. 그 이후 기억력이 감퇴되었는지 빌린 돈을 잘 안 갚는다. 몸도 좋고 운동도 많이 해서 어디 가서 맞을 걱정 없는 놈인데 태어나서 딱 두번 맞아봤다고 한다. 그게 모두 나한테라지… 미안하지. 몽둥이 부러지도록 맞았으니, 그것도 눈물 흘러가면 맞았으니…(학교에서 동아리 후배라서. 흑…). 하지만 나는 3년째 부르짖고 있다. ‘우리 나이 또래에서 연기만큼은 정재영이가 다잡을 거예요.’ 그건 예언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증명수순이었다. 이제 확인만 남았다.
류승범
승범이 생일날 ‘거꾸로 타임’을 했는데 그때 깨달았다. 아… 일찍 태어나길 잘했다. 보통 때는 얌전하고 숙맥인 놈이 ‘야자타임’할 때 우리 모두를 죽여버렸다(아! 정말 일찍 태어나길 잘했다). 처음에 <화려한 시절>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을 때 방송에 안 맞을 거라고 겁을 많이 냈다. 내가 일주일 정도를 설득했다. 지금도 승범에게 잘한 일이라고 백번천번 자신한다(앗, 그런데 아직 밥을 안 산다). 류승범은 내가 만난 배우 중 최고의 감염경로를 지녔다. 그의 삶은 어떤 관습과 제도적 교육없이 배우의 연기로 감염돼버렸다. 그것을 당국과 어떤 수사기관도 눈치채지 못했다.
김일웅
군대에서 휴가 나왔던 날. 학교 앞 술집에서 일웅이를 처음 봤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배, 선배’ 부르는데 이 녀석은 초면에 나를 ‘형, 형’ 부르는 거다. 첫인상은 그래서 참 마음에 안 들었다. <교회누나>의 주인공으로 내가 그를 정말 ‘적극’ 추천했다(6,7년 나와 함께 온 배우 중에 이제 일웅이 하나 남았다. 떨궈내야 한다. 마음의 짐이다). 하지만 말은 “이 작품으로 너를 확실히 보여줘! 너만 잘되라” 그랬다. 하지만 <교회누나>를 봐라. 이젠 김일웅이다. 난 그를 믿었고… 우린 다시 뭔가를 만들어낼 거다. 정말 이젠 바야흐로 김일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