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작에 앞서 배우 최예빈은 오늘을 위해 미리 답변을 준비해왔다며 태블릿 PC를 꺼내 들었다. 수줍게 웃으며 말하던 이 모습은 최예빈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는 듯하다. 영화 <거래완료>에서 지숙 역을 맡은 그는 구체적인 감정을 불어넣기 위해 지숙의 생애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지숙은 석호의 동생이자 재하의 이모고, 노어노문학을 전공했다는 단편적인 정보만 담겨 있었다. 그래서 지숙의 생애주기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왜 부모 없이 두 남매와 조카만 함께 사는지, 꿈을 포기하려는 오빠를 말리기 위해 앞치마를 두른 채 달려올 정도로 지숙이 지키고 싶어 한 것이 무엇인지 상상하고 덧붙였다.” 옴니버스 구성상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최예빈은 지숙에게 뚜렷한 색깔을 입히기 위해 숨은 서사를 그려보았다. 이 과정을 두고 “학교에서 배운 것”이라며 웃는 모습은 영락없이 근면 성실형 배우다.
최예빈은 가장 해보고 싶은 장르로 정통 누아르를 꼽았다. <무간도>(2003),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2009) 등 어두운 지하 세계를 파헤치는 영화를 좋아한다며 “언젠가 여성이 중심에 선 누아르 액션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 <차이나타운>이나 <마녀> 시리즈처럼 이야기를 힘 있게 이끌고 나가는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가 꿈을 이룰 날이 멀지 않아 보이는 건 아마도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드라마 <펜트하우스>(2020)의 하은별을 능란하게 연기한 경험 때문인 듯하다. 배우 최예빈을 설명할 단어를 꼽으라면 성실, 열의, 변화무쌍함이다.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 도라에몽 성대모사를 선보이던 명랑한 기질부터 배우로서 안정감을 얻기 위해 어서 나이 들고 싶다는 진중한 모습까지 쉬 예측할 수 없는 다채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최예빈의 한계를 아는 것은 오직 최예빈뿐일 것 같다.
FILMOGRAPHY
영화 2022 <거래완료> <러브 앤 위시>
드라마 2022 <현재는 아름다워> 2021 <펜트하우스 2, 3> 2020 <펜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