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국제영화제]
BIFF #5호 [프리뷰] 알랭 기로디 감독, ‘노바디즈 히어로’
2022-10-10
글 : 이우빈

노바디즈 히어로 Nobody’s Hero

알랭 기로디/프랑스/2022년/99분/갈라 프레젠테이션

10월10일/19:30/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10월11일/09:00/CGV센텀시티 스타리움관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 <노바디즈 히어로>에서도 프랑스를 감도는 테러리즘과 인종차별이란 난류가 몇 명의 영웅을 탄생시킨다. 먼저 알랭 기로디 감독은 지난 영화들과 같이 뻔뻔할 정도의 천연덕스러운 만남으로 다양한 성질의 인물들을 관계시킨다. 지식인 계층의 중년 백인 남성 메데릭이 중년 매춘부 이사도라에게 갑자기 사랑을 고백하며 쫓아다니거나, 종일 굶었다며 구걸하는 아랍계 청년 세림을 집에 들이고 반 동거하게 되는 식이다. 호텔에서 일하는 중학교 3학년의 흑인 소녀 샤를린과 교류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메데릭이 만나는 이들 모두가 사회의 어떤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는 현실이다. 먼저 이사도라는 매춘부이자 남편 제라드에게 성적으로 억압당하는 중년 여성이다. 세림은 인종·종교적 정체성 탓에 잠정적 테러범으로 간주 당한다. 마찬가지로 샤를린은 종교, 인종, 나이 등 상호교차적인 정체성의 영역에서 사회의 달갑지 않은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물론 알랭 기로디의 영화답게 인물들의 성적 지향성 역시 다채롭다. 여기서 영화 초반의 메데릭은 이사도라에게 뒤틀린 욕구를 발현하고, 세림을 테러범으로 의심하고, 샤를린에게 편견 어린 말을 던지는 등 프랑스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인물로 비친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테러 사건의 발발, 인종 간의 갈등, 남성적 권위가 형상화된 제라드의 추격 등 여러 사건을 겪어가며 타자에 대한 똘레랑스, 요컨대 프랑스 사회의 희망을 되살리게 된다. 거창하게 영웅의 탄생이라고는 했으나, 제목이 점지하듯이 등장인물 중 누구도 특권적인 영웅으로 대접받지는 않는다. 다만 사소한 도움의 건넴과 같이 하는 잠자리, 한 지붕 아래에서의 대화들이 있다면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음을 영화는 말한다. 전작들보다 낮은 수위와 직관적인 서사 구조, 가벼운 유머들 덕에 알랭 기로디를 처음 접한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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