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의 ‘액터스 하우스’는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와 작품에 관해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자리다. 올해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의 한지민, 영화 <브로커>의 강동원 배우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10월8일과 9일 양일 간, 액터스 하우스를 통해 두 배우가 팬들에게 전한 진심을 지면으로 옮겼다.
10월8일 오후 6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자리한 팬들 앞에 배우 한지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데뷔한지 19년이 됐는데 이런 팬미팅 형식의 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다”며 긴장과 설렘을 드러냈다. “처음엔 이영애 선배님과 같이 하는 줄 알았다. 선배님을 평소에 너무 좋아해서 같이 하면 뜻깊겠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한다는 거다. (웃음) 약간 무섭기도 했는데 너무 귀한 시간이 될 것 같아 용기를 냈다.”
한지민은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기자의 길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인 시절에는 뭔가 하긴 하는데 전부 흡족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주변에 폐만 끼치는 것 같았고 집에 와서 매일 울었다. 그때 <대장금>이라는 드라마에서 장금(이영애)의 친구인 신비 역으로 캐스팅이 됐다. 현장에서 이영애 선배의 연기를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배우라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작품은 첫 영화인 <청연>을 촬영하면서부터다. 한 컷 한 컷 감정을 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 디렉션이 좋았고, 특히 모스 부호로 통신하는 신을 찍을 땐 쾌감이 들었다. 연기를 계속한다면 이런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었고, 계속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배우가 출연한 작품의 편집 영상을 함께 관람하고, 배우가 그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코너가 마련됐다. 첫 번째 작품은 <미쓰백>. 상아(한지민)가 밖으로 쫓겨난 지은(김시아)을 안아주는 장면이 상영됐다. “상아는 자기와 닮은 지은이라는 아이가 계속 눈에 밟히지만 그럼에도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결국 아이를 구해주면서 자신의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촬영 때 코너를 돌아 시아 배우를 마주하는데, 그때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는 느낌이더라. 그래서 시나리오로 읽었을 때보다 촬영 때 마음의 울림이 훨씬 컸다.”
두 번째로 상영된 영상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옥(한지민)이 정준(김우빈)에게 다운증후군인 언니 영희(정은혜)에 관해 이야기는 장면이다. “영옥이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장애인 가족을 둔 이를 대변해야하는 역할이라 이걸 정말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실 먼 조카 중에 다운증후군인 친구가 있고, 가까운 조카 중에도 자폐와 발달장애인인 아이들이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내가 그 가족의 마음을 어떻게 완벽하게 이해하겠나. 그래서 실제 촬영할 땐 영희를 연기한 정은혜 작가의 어머님에 관해 많이 생각했다.”
10월9일 오후 7시, 강동원이 KNN 시어터로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잘생겼다!”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배우 강동원은 “한 두 번 정도 TV 인터뷰를 했을 때 외엔 관객들과 이런 자리를 가진 게 처음인 것 같다, 같이 심도 깊은 이야기 한 번 나눠보자”며 웃었다.
배우 강동원에게 2022년은 어떤 해였을까. “2022년은 다행히 극장이 많이 정상화돼서 영화<브로커>를 개봉시킬 수 있었던 의미 있는 해였다. 영화 <엑시던트>를 찍고 현재는 영화 <빙의>를 열심히 촬영 중이다. 그동안 열심히 벌려둔 일들이 올해부터 조금씩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브로커>는 그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영화다. “<브로커>는 시작 단계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이야기하며 만들어간 작품이다. 프로듀싱을 시작한 건 7년 정도 됐지만, 적극적으로 관여한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인데 결과가 나쁘지 않아 보람이 크다. 앞으로 더 많이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 연출에 대한 욕심은 없냐는 질문엔 “연기자로서 할 일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연출이 쉽지 않고, 한 번 시작하면 2~3년씩 투자해야 하지 않나.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프로듀싱이 내게 더 맞는 것 같다. 개발은 같이 하되 연출은 감독님이 하시고, 나는 연기를 하는 게 더 맞다고 본다.”
강동원의 액터스 하우스에선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가 상영됐다. 그의 능청스러운 첫 등장 장면을 보며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시나리오 상에선 분신술을 써서 물리친다는 정도로만 쓰여 있었는데 내가 각자 다른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그 중 침 뱉는 캐릭터만 감독님이 의견을 주신 거고 그 밖의 캐릭터는 전부 내가 만들었다. 11일 연속 액션신을 찍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촬영 의상과 와이어 탈 때 입는 하네스를 그대로 입고 집에 갔다가고 그대로 입고 촬영장으로 다시 오곤 했다. 신인으로서 대작을 끌고 가는 게 스트레스가 컸지만 그만큼 열심히 했다. 언젠가 <전우치2>를 꼭 만들고 싶다. 전우치가 너무 나이 들어서 나오면 이상하지 않나. (웃음)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꼭 <전우치2>에 출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