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국제영화제]
#BIFF 7호 [인터뷰] '시골 경찰 지지의 한여름 모험' 알레산드로 코모딘 감독, “모호함을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다”
2022-10-12
글 : 조현나
사진 : 최성열
<시골 경찰 지지의 한여름 모험> 알레산드로 코모딘 감독 인터뷰

조용한 시골 마을의 기차 건널목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 시체가 발견된다. 근처를 지나던 경찰 지지(피에르 루이지 메키아)가 이를 발견하고,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순찰을 돌기 시작한다. 마을 어귀를 어슬렁거리는 토마소가 영 수상하지만 뚜렷한 물증은 없고, 지지는 그의 뒤를 조용히 쫓는다. <자코모의 여름>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우석상을 수상했던 알레산드로 코모딘 감독이 신작과 함께 돌아왔다. 초반 서사대로 자살 사건의 수사 과정을 보여주기보단 제목과 마찬가지로 지지의 모험에 초점을 맞춘다.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시골 경찰 지지의 한여름 모험>에 관해 알레산드로 코모딘 감독과 나눈 대화를 전한다.

- 감독이 영화에 관해 직접 소개한 짧은 영상을 봤다. 지지를 실제 삼촌이라고 소개하던데 사실인가.

= 그렇다. 나의 외삼촌이고 그가 직접 출연해 연기까지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삼촌은 굉장히 친절한 어른이었다. 그런 삼촌과 어린 시절에 함께한 모험들을 기록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화를 결정했다. 삼촌은 내게 영웅과 같은 존재다. 때문에 삼촌과 함께 영화를 만든 것은 내겐 거장 감독들이 유명한 배우와 작업한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 삼촌은 실제로 마을 주민들에게 법도 잘 설명해주고 친절하게 봉사하는 스타일의 경찰이었다. 그런 그를 보여주는 게 현재 파시스트적으로 변모하는 이탈리아에 필요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인물 전부 실제에 기반한 것인가.

= 그렇다. 처음엔 할머니의 정원이 계기가 됐다. 삼촌이 그 정원과 정원의 나무를 너무 좋아해서 이웃과 분쟁을 겪은 적이 있다. 이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화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삼촌이 자살 사건에 관해 수사 중이라는 걸 알게 됐다. 2017년 여름에 발생한 사건인데, 무척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계속해서 같은 유형의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 수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들었다.

- 하지만 영화의 주요 내러티브는 사건 수사가 아니다. 오히려 마을을 계속 순찰하고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지지를 보여주며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소개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 나의 영화는 어떤 주제에 집중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으로 영화를 시작했을지라도 그 다음에 또 다른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식을 내 전작들에서 여러 차례 시도해왔다. 이는 내가 영화를 통해 할 수 있는 작은 게임이라 생각한다. 자살 사건을 해결하는 결말을 기대한 관객들에겐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것이 내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다.

- 오프닝 신에 관해 묻고 싶다. 지지가 정체가 불분명한 누군가와 대화하는 신을 10여 분간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꽤 도전적인 시도인데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 원래 테이크가 많이 가는 작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 장면은 2년 전 영화 투자를 받기 위해 테스트용으로 찍어둔 신이다. 2년 전에 찍은 장면을 오프닝에 넣은 이유는, 이 신에 내가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선언하고 싶은 것이 전부 들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 관객들은 이 오프닝 신을 보면서 ‘저 사람이 배우일까 아닐까’, ‘이게 극영화일까 다큐멘터리일까’하고 고민했을 것이다. 무엇이 진짜이고 거짓인지 판별하기 어려운 모호한 상황을 관객들에게 던져주고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었다.

- 후반부에 정원을 배경으로 내내 의심스러워하던 토마소를 지지가 쫓아가는 장면도 비슷한 형식으로 연출했다. 대화도 모호하고 상황 자체도 어딘가 불확실하다.

= 오프닝 신이 연상되도록 연출한 게 맞다. 특히 그 신은 꿈이라고 생각하며 찍은 거다. 그래서 더 모호하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중간에 지지의 동료인 파울라가 등장하는데 형체가 잘 보이질 않아서 관객들이 파울라의 존재를 명확히 알아차렸을지도 궁금하다.

- 영화를 만들 때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우고 들어가는 편인가. 이를테면 오프닝 신처럼 우연히 얻어낸 신들을 영화에 활용하길 선호하나.

= 무슨 영화를 찍든지 간에 항상 도전과 위험을 감수하겠단 마음으로 작업에 들어간다. <시골 경찰 지지의 한여름 모험>은 시작부터 끝까지 한 4~5년 정도 걸린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써두긴 했지만 고향에 내려가 삼촌과 함께 작업하면서 기존의 계획을 많이 바꿨다. 등장인물, 차를 타고 이동한다는 설정, 카메라 앵글이나 위치 등의 큰 줄기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계획이 없는 상태로 촬영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 방식을 통해 인물들이 부유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꿈과 현실을 어느 정도 섞어 둔 상태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걸 현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다.

- 그렇게 촬영한 장면들 중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던가.

= 여러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지지가 동료와 함께 순찰을 돌던 와중에 토마소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을 처음 목격하는 장면이다. 그 다음으로 다른 동료와 이야기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는데, 대사 자체는 주어져있지만 실제 삼촌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에 볼 때마다 즐겁다.

-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인가.

= 시골의 한 젊은 여자가 일생 처음으로 6일간 휴가를 떠나는 이야기다. 여담이지만 홍상수 감독의 엄청난 팬이다. 영화 자체는 상당히 다르긴 하지만, 어쩌면 이 영화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연상시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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