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KNN 시어터에서는 배우 하정우의 액터스 하우스가 열렸다. 액터스 하우스는 배우가 자신의 작품과 연기에 관해 관객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폐막을 하루 앞둔 영화제의 저녁인데도 KNN 시어터는 발 디딜 틈 없는 만석이었다.
저녁 6시, 수많은 관객의 기다림 끝에 하정우 배우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으로 “2005년에 <용서받지 못한 자>로 부산에 초청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라며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늘 고향 같고 의미가 깊은 곳이다”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하정우 배우는 올해 추석 안방극장을 달궜던 윤종빈 감독의 <수리남>에서 주연 강인구로 열연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서사를 끌고 가야 할 주인공이자 화자이기 때문에 인물을 더 상세하고 밀도 있게 표현해야 했다”라며 “6시간의 방대한 이야기에서 강인구를 좇는 관객들이 자칫 지루하거나 연기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특히 더 경계하고 절제하며 연기에 임했다”라고 밝혔다. 또 실존 인물을 연기한 만큼 이야기가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영화적이지 않게끔 연기의 수위를 조절했다고 회상했다.
<터널> 촬영을 떠올리면서 그는 “어떻게 하면 진짜 재난 상황처럼 생생하고 다큐멘터리 같은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그래서 마치 리얼리티 예능처럼 곳곳에 카메라를 두고 10~15분 정도를 혼자 연기하는 방법을 택했다”라고 쉽지 않았던 당시의 경험을 전했다. 마찬가지로 <PMC: 더 벙커>나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이렇게 한정된 공간, 상황에서의 연기가 효과적일 수 있단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어떤 촬영 방식이 더 편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어떤 촬영이든 고생스럽기는 하다”라며 농담을 건넸다. 그리고는 “정말 어려운 촬영은 해당 장면에 대해서 신빙성이 없다거나 현실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다.”라며 “연기자가 시나리오와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관객과 시청자도 작품을 가짜라고 여기지 않는다”라고 진중한 연기론을 설명했다. 또 영화의 최대 미덕이 재미라는 말과 함께 “<터널>의 톤 앤드 매너를 <캐스트 어웨이>처럼 더 낭만적이고, 재밌는 느낌으로 바꾸기도 했다”며 영화의 역할과 관객의 요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