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저녁 8시, KNN 시어터 액터스 하우스 행사에 이영애 배우가 입장하자 장내가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영애 배우는 관객석을 천천히 돌아보며 팬 한 명 한 명과 천천히 눈을 나눴다. 인사말을 부탁하는 사회자의 말에는 벌떡 일어나서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그리고 “어떤 작품이 아니라 배우 이영애만을 위한 이런 자리가 처음인 것 같다.”며 “정말 저를 위해서 이렇게 많이들 오신 게 맞는 거냐”라고 재치 어린 감사를 건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지난 30년 간의 배우 생활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작년의 화제작이었던 <구경이>에 대해서 이영애 배우는 “이제 식당에 가면 젊은 팬들이 <대장금>이 아닌 <구경이>를 잘 봤다고 말해준다.”라며 최근의 인기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장금이에서 금자씨로, 신사임당에서 구경이로 이어지는 연기 변신에 대해서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원래의 색깔, 이미지와 다르게 바뀔 수 있다는 게 배우 일을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고 밝혔다.
스크린에선 <친절한 금자씨>와 <봄날은 간다>의 영상 클립이 재생되기도 했다. 이영애 배우는 은수 역을 맡았던 <봄날은 간다>의 마지막 이별 장면을 본 후 “원래는 은수가 앞모습이고 상우(유지태)가 뒷모습이었다. 그런데 은수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선 뒷모습의 여운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허진호 감독님에게 제안했다.”고 당시의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또 ‘라면 먹고 갈래요?’란 명대사에 관해서는 “사람 이름은 사라지지만 작품은 남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계기였다며 이후에는 작품 하나하나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됐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거의 30년 차에 이른 연기 경력답게 이영애 배우의 원숙한 배우론도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배우는 풍선 같다. 인기를 얻으면 바람에 날려가듯 하늘로 훨훨 날아가지만, 아무것도 아닌 바늘침 하나에 펑 터지는 존재다.” 그리고 “그러니 쉽게 하늘로 날아가지 않도록 마음을 늘 땅에 깊게 뿌리박고 굳은 심지를 가져야 한다”란 말은 수십 년 동안 이영애 배우가 어떻게 톱스타, 톱배우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하고 싶냐는 관객의 질문에 “<구경이> 같은 코미디나 액션뿐 아니라 뭐든 다 하고 싶다. 그렇게 안주하지 않고 달리면서 윤여정 선생님처럼 오스카상을 받고 싶다”란 포부를 드러냈다.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에 이영애 배우는 “박수 소리가 워낙 커서 벌써 상 탄 것 같다”라며 기분 좋게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