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미>
넷플릭스
<노팅 힐> 같은 영화를 찾아 OTT를 헤매는 독자가 무난히 즐길 만한 로맨틱 코미디다. <메리 미>에서는 여성 팝 스타 캣(제니퍼 로페즈)과 평범한 남성 수학 교사 찰리(오언 윌슨)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노팅 힐>보다 훨씬 급작스럽고 규모도 크다. 결혼식을 겸한 콘서트에서 정혼자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된 캣이 관객으로 온 찰리에게 충동적으로 청혼한다. 찰리가 청혼을 받아들이면서 둘은 일단 결혼부터 하고 상대를 알아간다. 예상대로 서로 너무 달라서 호감을 느끼고 그래서 시련을 겪는다. 두 주연배우의 안정적인 연기로 온기를 얻은 남녀 캐릭터와 인생 전반을 소재로 한 풍부한 대사가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의 지루함을 상쇄한다. 무엇보다 영화의 주제곡 <Marry Me>가 <노팅 힐>의 <She> 못지않게 강력하다.
<미래를 향한 10 카운트>
왓챠, 웨이브
기무라 다쿠야로 일본 드라마를 배웠거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스포츠 정신이 그립다면 이 9부작 시리즈를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미래를 향한 10 카운트>는 사별과 폐업으로 녹다운 상태였던 과거 복싱 챔피언 키리사와(기무라 다쿠야)가 모교 복싱부 코치로 일하면서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다. 삶은 재건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고 전달해 받아들이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키리사와의 교사로서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짜인 에피소드가 시청자와 주인공 사이의 거리감을 빠르게 좁히며 극의 몰입을 돕는다. 얼결에 복싱부 고문이 된 교사 오리하라(미쓰시마 히카리)가 키리사와와 콤비를 이루며 어엿한 동아리의 일원으로 거듭나는 서브플롯이 완결성 있게 구성돼 극의 재미를 더한다.
<유니콘을 타고>
왓챠, 웨이브
<드라이브 마이 카>의 니시지마 히데토시(가후쿠 역)의 최근 연기가 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10부작 시리즈다. 2022년작 <유니콘을 타고>에서 그는 장기 근무한 은행을 퇴사하고 교육용 앱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드림포니’에 입사한 중년 남성 역을 맡았다. IT의 힘으로 교육 격차를 없애고 싶다는 회사 이념에 공감해 미지의 업계에 덜컥 입성한 신입의 스타트업 적응기가 시리즈의 작은 축이다. 큰 축은 드림포니 CEO 나루카와 사나(나가노 메이)의 회사 경영기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학에 가지 못한 20대 여성 창업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시리즈는 소녀 가장의 극적인 성공 신화란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한 사람이 오랜 시간 포기하지 않고 키워온 자신의 꿈을 타인과 함께 구체화해나가는 과정을 진득하게 그려낸다.
<지상 최대 맥주 배달 작전>
Apple TV+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그린 북>의 감독 피터 패럴리의 차기작이 궁금했다면 바로 이 영화를 재생하면 된다. 실화에 바탕을 둔 <지상 최대 맥주 배달 작전>에서는 치키 도너휴(잭 에프론)가 베트남 전쟁터로 향한다. 참전한 동네 친구들에게 말 그대로 맥주 한캔의 위로를 전달하겠다는 황당한 이유 때문이다. 그가 임기응변 능력과 정보기관의 모호성을 이용해 민간인 접근 금지 구역을 손쉽게 뚫는 과정이 <캐치 미 이프 유 캔>처럼 경쾌한 속도로 전개된다. 무사안일한 태도로 살아온 주인공이 ‘전쟁터는 대량 학살이 벌어지는 범죄 현장’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해서 돌연 영웅으로 바뀌는 일이 이 영화에서는 벌어지지 않는다.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살고 싶은 마음, 영화는 그 내면 변화에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