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 레이>는 의미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갇힌 기분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크게 공감하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 삶에서 자신을 가두는 굴레가 가족일 수도 있고, 로맨틱한 관계일 수도 있고, 우정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미 죽은 사람과의 관계에 갇혀 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깨질 수 없는 관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평생에 걸쳐 변화를 겪는다. 이런 점에 관객이 공감하기를 바라며 만들었다.
-멕시코 출신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콜롬비아 출신인 감독이 연출한 미국의 이야기다. 배우들 또한 다양한 배경을 지녔는데, 다양성을 고려해 캐스팅을 진행했나.
=좋은 의도긴 하지만 다양성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배우를 캐스팅하진 않았다. 아버지의 연인인 루시아(마리벨 베르두)는 백인이 아니어야 했고, 레이의 곁을 지키는 키이라(소피 오코네도)는 처음부터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캐스팅하려 했다. 이야기 속에서 레이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과 과거에 만나고 헤어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과거가 현재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결정이고, 그 과정에서의 다양성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장례식을 영화의 중심에 두고 각본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장례를 치르는 날은 온갖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혼돈의 날이다. 슬픈 날인데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다투는 날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죽음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정의 시간이 있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반응도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나한테 뭐가 씌웠나봐”라는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사람들의 표현도 상황을 좀더 극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왜 복잡하다고 생각하나
=부자 관계가 꼭 복잡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부자는 사이가 좋다. 물론 이 영화에서처럼 쉽지 않은 관계도 있다. 하지만 어떤 관계든 간에 아이들은 자라서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려면 부모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는 아이들더러 성장하라고 응원하지만 그 변화가 일어나는 청소년기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유년기의 아버지상을 죽이고 새롭게 아버지와의 관계를 설정해야 할 때도 있다. 부자 관계가 복잡하고 어려울 필요는 없지만 그 관계에 있어서도 성장은 필요하다.
-영화 전반에 걸쳐 재즈가 사운드트랙과 연주곡으로 흐른다. 영화에 재즈를 넣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레이먼드 & 레이>가 상당히 미국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그런 전통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컨트리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재즈에 마음이 갔다. 사실 레이가 트럼펫 연주자이고 영화의 후반부에 레이의 연주 장면이 있기 때문에 재즈로 더욱 기울었다. 두드러지거나 돋보이지 않고도 존재감을 보여주는 음악이라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