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씨네21>은 2022년부터 트위터 코리아와 함께 매주 목요일 또는 금요일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영화와 시리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눕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584923061329231873)
김혜리 @imagolog 오늘 영화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입니다. 특별히 박송열 감독과 원향라 배우가 스페이스에 참석해주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찌하지 못함’에 관한 영화인 것 같아요. 주인공은 영태와 정희란 젊은 부부고, 영태를 박송열 감독이, 정희를 제작을 겸한 원향라 배우가 연기했어요. 가난으로 인한 불안의 일상화, 한두번의 타격으로 어떻게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지, 지켜온 도덕이 어떻게 딜레마에 부딪힐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감독님에게 경제적 어려움이란 주제를 택한 과정에 대해 듣고 싶어요.
박송열 @Saranghaja2021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데 어떻게 만들지 고민이었어요. 제작지원을 받거나 투자나 펀딩을 받는 게 전통 방식인데 그게 벽처럼 느껴져서 그 벽을 피하는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둘이서 만들 수 있는 미니멀하고 일상적인 영화를 떠올렸어요. 처음 만든 게 <가끔 구름>이었는데, 그때 경험이 저희에게 하나의 기술처럼 남아 한번 더 해볼 수 있겠단 자신감이 생겼어요. 경제적 이야기를 한 건 당시 코로나19가 막 터져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왔어요. 그렇게 일시적으로 경제적 쪼들림을 겪는 부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혜리 @imagolog 미술은 원향라 배우가 담당했다는데 어떤 미술적 터치를 가하셨어요?
원향라 @Saranghaja2021 집에서 찍는 장면이 워낙 많기 때문에 너무 일상처럼 보이기보다 정제돼 보여야겠단 생각이었어요. 뭔가를 더하기보다 비우고 뺐고요. 의상의 경우, 영태와 정희가 집에 있더라도 남방을 입도록 했어요. 너무 풀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 안되니까요.
김혜리 @imagolog 단출한 팀으로 구성했지만 영화 스타일이 두드러집니다. 고정된 카메라로 공간을 잡은 뒤 인물이 그 속에 들어가거나 나가는 숏들이 계속 이어져요.
박송열 @Saranghaja2021 작정하고 둘이서 찍겠다 마음먹은 영화였기 때문에 앵글이 고정될 수밖에 없었어요. 어떤 분들은 답답하다고 하셨는데 저는 제한된 앵글 안에 분명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믿음으로 영화를 찍었어요.
김혜리 @imagolog “삶의 질도 중요하니까”라든가 “돈 버는 게 무서워”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실제로 두분에게서 나온 대사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원향라 @Saranghaja2021 돈 버는 게 무섭다는 얘기를 실제로 몇 차례 했어요. 내 마음이 무너져도 어떻게든 뭔가를 해야 될 때 ‘돈 버는 게 무섭네’라고 생각해요.
김혜리 @imagolog 사채업자 2인조 남녀는 온순하다고 말하긴 이상하지만, 돈을 받으러 와서 반상회에 온 것처럼 앉아 있어요. 사채업자들의 이런 톤과 행동은 어떻게 설정했나요?
박송열 @Saranghaja2021 사채업자조차도 주인공에게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온순한 사채업자여야 정희가 사채를 빌리러 갈 수 있을 것이고요.
김혜리 @imagolog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버팀을 보여주는 가난에 대한 영화란 생각이 들어요. 인물들이 가난과 싸우지 않잖아요. 돈 가방을 둘러싼 모험을 그리거나 일확천금을 꿈꾸지도 않고요. 그렇다고 모욕을 준 사람한테 복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회피가 도덕적으로 더 과단성 있는 행위라고 감독님이 생각하는 걸까 궁금했어요.
박송열 @Saranghaja2021 마지막 장면에서 영태가 뭐라도 부숴야 할 텐데, 영태 처지를 생각해보면 그것조차 어찌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피함으로써 스스로를 구원하는 길로 가자, 영태라면 그럴 것이다 생각했어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와 함께 보면 좋을 작품
배동미 @somethin_fishy_ <돼지꿈>과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집과 관련해 이자 납입이 곤란한 사람들의 이야기란 공통점이 있어요. <돼지꿈>의 배경은 시골을 떠나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드는 1960년대 서울입니다. 강남 개발 전이라 사람들이 살 곳이 턱없이 부족해 영화 초반 “새들은 아직도 서울에 집을 지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땅이 없어서 못 짓는다”라는 대사가 나올 정도인데요. <돼지꿈>은 임대주택에 사는 손 선생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입니다. 손 선생은 교사지만 월급이 적어 매달 집값을 내고 나면 아내와 아들 3인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도 쉽지 않은데요. 손 선생이 돼지꿈을 꾸고 일어난 일요일 아침, 오랜 친구가 손 선생을 찾아와 괜찮은 사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손 선생은 여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집이 뺏길 위기에 처하자 욕심을 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