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고속도로 가족', 영화에 따뜻한 휴머니즘을 불어넣는
2022-11-02
글 : 정재현

기우(정일우)와 지숙(김슬기) 부부는 두 아이 은이(서이수), 택(박다온)과 함께 고속도로 위에 산다. 기우는 고속도로 휴게소 방문객에게 사기를 치며 2만원씩 갈취하고 가족들은 그 돈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휴게소 등지에서 노숙하며 살아가는 기우의 가족 앞에 어느 날 중고 가구점을 운영하는 영선(라미란)이 나타난다. 일전에 기우 가족에게 사기를 당한 적 있는 영선은 그들을 경찰에 신고하고 이미 다른 범죄 전력이 있는 기우는 구속된다. 영선은 오갈 데 없이 남아 있는 임신부 지숙과 그의 아이들을 자신의 가구점에 거둔다.

<고속도로 가족>은 인연을 맺을 리 없어 보이는 두 가족이 한 가정으로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상처를 딛고 두 가족을 하나로 잇는 캐릭터 영선은 영화에 따뜻한 휴머니즘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영선을 통해 형상화하는 영화의 선량함을 마냥 믿으며 넘어가기엔 몇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존재한다. 선의와 자비엔 아무 잇속이 없어야 마땅하지만 그럼에도 영선이 보여주는 조건 없는 호의를 영선의 과거 상처에서 기인한 행동으로 넘겨짚기엔 그 인과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기우의 가족에게 마땅히 던질 법한 ‘어떻게 사는 것이 이들에게 좋은 방법인가’의 딜레마는 양자가 팽팽하지 않고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영화 내내 여러 감정선을 오가는 정일우의 괄목할 연기가 무색하게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이 한데 뭉쳐 살고자 하는 기우의 의지는 가닿지 않고, 기우의 발악은 관객을 서글프게 하거나 숙고하게 하지 않는다. <고속도로 가족>은 기구한 현실과 박운한 개개인의 사정을 선의로 끌어안지만 포옹의 두께가 더 두터워질 여지가 곳곳에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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