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우(오동민)가 경찰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해 기거하는 원룸은 정작 수험 대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일러가 고장난 탓에 샤워를 하면 벌벌 떨며 이불을 둘러야 하고, 옆집 커플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거나 한낮에 휴대폰 알람을 울리는 식으로 소음을 내 방해한다. 그렇다고 주변 환경만 탓할 순 없다. 시험공부에 매진하기보다 점심으로 주문한 볶음밥을 소분하는 데 열심이고, 오후쯤 잠깐 수험서를 뒤적이는 일정을 보자면 올해도 합격은 요원하다. 공무원시험 지원서를 작성하던 찬우는 친구에게 응시료를 빌리려다 얼결에 술자리에 합석한다. 간만에 입으로 들어간 소주에 찬우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낯선 장소에서 눈을 뜬다. 옆집 404호에서 눈을 뜬 찬우의 팔뚝엔 피멍이 들어 있고, 침대 옆엔 웬 남자가 낭자하게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작품은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둘러싼 실내극에 가깝다. 공간은 제약이 아니라 긴장과 긴박함을 쌓는 최적의 장소다. 영화가 시작한 뒤 10여분 동안 제시한 정보는 위기에 처한 찬우를 궁지로 모는 장치로 작동하는데 무엇보다 풍부한 음향 활용이 인상 깊다. 원룸이라는 특유의 폐쇄 공간에서 발생하는 들릴 듯 말 듯한 집 밖 사람들의 목소리, 휴대폰 알람과 벨 음성, 문 두드리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도어 록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등은 서스펜스를 일으키는 훌륭한 재료다. 또 경시생이라는 신분과 돈을 향한 욕망은 생활 유머와 인물 행동의 동기를 유발해 협소한 공간에서 일어난 단일한 사건이라는 설정의 불리한 점을 보완하면서 영화가 막을 내릴 때까지 리듬을 잃지 않게 해준다. 다만 여기에는 남성 판타지에 바탕을 둔 여성의 성역할과 다소 뜨악할 만한 인물의 행동도 포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