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작가 시게루(이나가키 고로)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외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그 사실이 하나도 놀랍거나 슬프지 않다면 그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은 배우 이나가키 고로에게 작업을 제안받고 오래전 결혼 생활 중에 상상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저스트 온니 러브> <오버 더 타운> 등의 영화로 감정의 미묘함을 섬세하게 다뤄온 이마이즈미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바이 더 윈도>가 올해 도쿄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이마이즈미의 사랑 이야기에 관객 역시 깊이 공감한다는 게 증명됐다.
- 시게루는 극중 소설가에게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 있느냐”고 묻는다. 당신은 이야기의 현실성을 강조해왔으니 나도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이 이야기에 실제 모델이 있나.
=나에게 현실성이라는 건 사회적 이슈나 큰 사건을 다루는 것과는 다르다. 카페에서 당신 옆에 앉은 누군가가 생각할 법한 것, 내 이웃이 고민할 만한 문제가 나에게는 현실적인 것이다. 사랑 이야기를 많이 만들다보니 친구들은 종종 자신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나에게 상담한다. 그때 내가 결코 알지 못할 문제와 감정들을 듣기도 한다. 가끔 그것을 영화에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내 과거와 기억을 꺼내 활용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내가 겪은 경험이 둘 다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아이돌 그룹 스마프 출신 배우 이나가키 고로의 인기를 극장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시사 후 영화 속 시게루가 실제 이나가키 고로와 닮았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이나가키 고로는 오랫동안 연예계 생활을 했는데 나는 그에게서 한결같이 온화한 분위기를 느꼈다. 그 역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 주인공을 잘 이해할 것 같았다. 그는 이전에 작가와 소설가를 인터뷰하는 TV프로그램의 사회를 맡기도 했고 사진 찍는 취미가 있다. 이나가키 고로라는 캐릭터에서부터 시게루를 완성해나갔다. 대사를 떠올릴 때도 이나가키 고로라면 어떤 말을 할까 생각했다.
- 인물들이 대화를 나눌 때 그들을 롱테이크로 오래 보여준다. 여러 차례 등장하는 롱테이크가 인상적이었다.
=관객은 스크린에서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편집 없이 보게 된다. 거기서 만들어지는 긴장감이 있다. 롱테이크를 계획하는 건 아니지만, 촬영하다가 배우의 연기가 좋으면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쓰는 편이다. 내가 그들에게 롱테이크로 촬영할 거라고 말한다면 배우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아를 드러내고 싶어 할 것이다. 하나의 고정된 컷으로 오랫동안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관객은 카메라 뒤에 있는 존재를 지우고 거기 그 시간에 정말 둘밖에 없는 것처럼 그 장면의 공기까지 느끼게 된다.
- 결혼 생활을 하면서 배우자의 외도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에 관해 아내와 이야기해본 적 있나. (웃음)
=아내도 영화를 연출했고 대본을 쓰기도 해서 나는 늘 아내와 상의한다. 영화의 뒷부분에 주인공이 아내와 외도한 남자를 만나는 중요한 장면이 있다. 내가 쓴 첫 대본을 읽고서 아내가 제안한 장면이다. 그 남자를 꼭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내가 되물으면서 두 인물의 대화를 함께 구상했다. 한번은 아내와 나눈 대화를 극중 어떤 바람둥이의 대화로 쓴 적도 있는데 아내가 그걸 보고 “나랑 헤어지고 싶다고 쓴 거야?”라고 묻기도 했다. (웃음) 우리는 이런 감수성을 가졌고 이런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