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원피스>가 현재 진행형이었다니. 1997년 일본의 만화잡지 <주간 소년 점프>를 통해 첫 연재가 시작됐으니, <원피스>를 탄생시킨 만화가 오다 에이치로와 해적 루피를 비롯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그리고 팬들이 함께 쌓아온 시간만 무려 25년이 넘는다. 100권이 넘는 단행본, 1000화가 넘는 TV애니메이션, 15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그야말로 대항해가 아닐 수 없다. 올여름, 15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원피스 필름 레드>가 일본에서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오랜만에 <원피스>의 호방한 모험과 그 놀라운 생명력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원피스>와의 첫 만남은 만화방이나 PC방에서 공강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던, 시간은 많고 돈은 없던 스무살 대학 시절에 이루어졌다. 만화광 친구가 추천해줘 <원피스>를 집어들었지만 캐릭터들의 황당한 개성에 곧장 적응하지 못했다. 애정으로 읽기보다는 그 인기가 궁금해 펼쳐든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조금은 일찍 해적들의 모험에서 하차했지만, 언젠가 작심하고 완독하겠다 마음먹은 만화 목록에 늘 포함되어 있는 작품이 <원피스>다.
장수하는 인기 만화의 비결보다 궁금한 건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원피스>를 그려온 오다 에이치로의 마음과 <원피스>의 세계를 떠나지 않는 충성스러운 팬들의 마음이다. 안타깝게도 오다 에이치로와의 인터뷰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도에이 애니메이션으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아 <씨네21> 독자들과 공유한다. <원피스 필름 레드> 제작진이 <씨네21>을 위해 단독으로 표지용 작화를 그려준 것이다. 샹크스, 어린 루피, 어린 우타 3인을 주인공으로 한 이번주 <씨네21> 표지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원피스 필름 레드> 제작진의 오리지널 작화로, <씨네21> 독자 및 <원피스> 팬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단독 작화를 허락해준 오다 에이치로와 도에이 애니메이션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한편 이번주 <원피스 필름 레드>의 기사를 도맡은 송경원 기자는 <원피스>의 세계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듬직한 독자 중 한명인데, 그에게 그것은 의리냐 사랑이냐 물었지만 그럴듯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대신 그가 쓴 기사 속 한 문장이 어떤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25년이 지난 지금, <원피스>는 다시 묻는다. 당신은 언제 모험을 꿈꾸어보았느냐고.” 가만 보자. 그러니까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모험을 꿈꿔보았지?
마침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를 몸소 증명하고 있는 캡틴 손흥민과 한국 축구대표팀이 저마다의 꿈을 안고 카타르로 모험을 떠났다(이렇게 월드컵 이야기로 연결하다니, 자연스러웠어!). 나 역시 11월21일부터는 카타르 월드컵을 시청하며 선수들의 꿈과 땀에 뜨겁게 환호하는 대리 모험을 할 예정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구호를 현실로 증명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선수들 모두 부상 없이 후회 없는 경기를 치렀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디스토피아로부터’의 필자였던 정소연 변호사가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친다. 그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 뜨겁게 목소리를 내주었던 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