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익숙한 일본 감성으로 풀어낸 기억상실 로맨스
2022-11-30
글 : 김수영

“나는 사고로 기억 장애가 생겼다. 노트북 일기를 읽을 것.” 자고 나면 전날의 기억을 잃는 마오리(후쿠모토 리코)는 침대맡에 써둔 메모로 자신의 기억상실증을 매일 새롭게 각인한다. 아침마다 좌절한 마음으로 사고난 그날부터 꾸준히 기록한 일기와 사진으로 과거를 업데이트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자신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마오리는 일상에 불쑥 나타난 토루(미치에다 슌스케)와 가짜 연인이 되기로 약속하고 ‘진짜로 좋아하지 않기’라는 조건으로 데이트를 시작한다. 마오리는 토루를 통해 아침의 절망을 잊을 만큼 행복을 느끼지만 이 역시 마오리의 세계에서 다음날이면 잊힌다. 날마다 ‘오늘의 마오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토루와 매일 아침 망각과 싸워야 하는 마오리의 애틋한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마오리의 첫사랑 이야기이자 매일 밤 기억을 상실한 한 사람의 안녕을 위해 그를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이 슬픔을 나눠 갖기로 한 이야기다. 기억상실 로맨스라는 소재로 보면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첫 키스만 50번째>와 닮아 있지만 헌신적이고 지고지순한 순정물이라는 점에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더 가깝다. 후쿠모토 리코와 미치에다 슌스케가 순정만화에서 볼 법한 아름다운 청춘의 한순간을 재현하지만 드라마에서 자꾸 눈이 가는 캐릭터는 마오리가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저장해두고 어려운 순간마다 호출하는 친구 아즈미(후루카와 고토네)다. <우연과 상상>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후루카와 고토네는 불안과 질투, 애틋함 등 다양한 감정을 꾹 눌러담은 빼죽한 얼굴로 두 사람의 안팎에 머문다. 영화가 끝난 후 먹먹한 마음에 남는 건 결국 아즈미의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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