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영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지요. 집중력 있고 프로페셔널한 태도로 항상 모든 영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매우 따뜻하고 순수한 영화 잡지. 앞으로도 활동할 때마다 꼭 만나게 되겠죠.” <씨네21> 기자 및 평론가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영화 부문 ‘올해의 여자배우’에 선정된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가 전해온 감동적인 인사말이다. 탕웨이의 깊고 진실하면서도 개구진 눈빛, 자유로운 생각과 따스한 목소리가 자동 연상되는 애정의 인사를 받고 나니 지면을 빌려 이 말에 꼭 화답하고 싶어졌다. “그럼요, <씨네21>은 앞으로도 당신을 지켜보고 응원할 거예요. 앞으로도 영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출몰할게요. 그러니 영화를 향한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만 챙겨서,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에 대해 언제고 편안히 이야기 나눠요.”
탕웨이는 <헤어질 결심>의 서래를 통해 배우의 오롯한 존재감이 범상치 않은 캐릭터의 개성과 완벽히 결합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보여주며 전세계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헤집어놓았다. 서래가 해준의 지축을 흔들어놓았듯이. 한편 해준을 연기한 박해일은 올해 <헤어질 결심>과 <한산: 용의 출현>을 연이어 선보이며 해일을 일으켰다. 바다의 기질을 가진 해준과 바다를 지킨 이순신 장군, 공교롭게도 두 영화 속 캐릭터 모두 해군 출신에 공무원이다. 해양수산부 홍보대사로 위촉되기에 손색없는 공교로운 우연인데, 바다를 사랑한 또 다른 남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 물의 길>에 박해일을 캐스팅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다. 아무튼 내년 3월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조준하고 있는 <헤어질 결심>은 이변 없이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한국영화 1위를 차지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올해의 감독(박찬욱), 올해의 여자배우(탕웨이), 올해의 남자배우(박해일), 올해의 작가(정서경), 올해의 촬영(김지용)까지 모두 <헤어질 결심>의 몫이었다. 심심한 결과일 수 있겠으나, 올해의 신인배우로 선정된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양말복,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노재원 배우는 ‘올해의 발견’으로서 리스트에 신선함을 부여했다.
한국영화 및 해외영화 1~10위를 살펴보면 올해도 수많은 좋은 영화들이 우리의 방문을 노크하고 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설문에서 특이했던 것 중 하나는 과대평가보다 과소평가된 영화로 언급된 작품이 많았다는 것인데, 그 말은 다시 말해 충분히 좋은 영화들이 더 많이 회자되지 못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굳이 영화의 위기와 결부시켜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송경원 기자가 썼듯 이것이 “빈곤 속의 풍요”라면 수치화되지 못한 의미 있는 고군분투를 더 깊이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2월에도 마감은 남았지만, 이렇게 <씨네21>은 송년 특별호를 만들며 한해를 마무리한다. 탕웨이의 말을 조언 삼아 내년에도 “영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는 “따뜻하고 순수한 영화 잡지”가 되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