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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추천작]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2022-12-16
글 : 이우빈

넷플릭스 /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마크 구스타프슨 / 목소리 출연 그레고리 맨, 데이비드 브래들리, 이완 맥그리거,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 플레이지수 ▶▶▶▶

20세기 초, 이탈리아 소도시의 교외에 사는 목수 제페토에겐 10살 난 늦둥이 아들 카를로가 있다. 나이에 비해 명석하고 밝은 아이다. 하지만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카를로가 급작스레 사망한다. 비통에 빠져 허송세월하던 제페토는 술김에 아들을 빼닮은 나무 인형을 만든다. 그런데 삶을 관장하는 요정이 나타나 나무 인형에게 생명과 피노키오란 이름을 준다. 제페토와 마을 사람들은 피노키오의 존재에 놀라고, 피노키오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지키며 자기 삶에 대한 의구심을 풀고자 먼 여행을 떠난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재창작만의 특별함이 필요하다. 이에 기예르모 델 토로는 늘 그래왔듯 20세기란 시대의 맥락, 그 속의 그늘을 피노키오에 드리운다. 원전의 주제인 아들의 죽음, 아버지의 비애, 가족의 해체와 인간성에의 의문은 무솔리니 파시즘이 도래했던 시대상에서 극대화된다. <악마의 등뼈>부터 최근 <기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까지 기예르모 델 토로가 천착해온 방법론이다. 전작들의 방식을 답습했다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본작의 탁월한 점은 애니메이션이란 형식에 있다. 그는 그간의 실사영화에서 동화풍의 환상성과 우화성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역설적으로 강조했고, 이를 위해 H.P. 러브크래프트류의 크리처나 오컬트 요소를 가미했다.

그런데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의 모든 인물과 서사에는 이미 크리처와 오컬트의 뉘앙스가 깃들어 있다. 본작의 스톱모션 기법은 이형들의 기괴한 양태와 움직임, 동화적인 배경 이미지를 표현하기에 최적의 도구다. 즉 기예르모 델 토로가 관철해온 작법이 적절한 원전과 형식을 만나 어우러진 셈이다. 원작의 서사를 비튼 결말 역시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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