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희망의 요소’, 절망에서 희망으로
2022-12-28
글 : 오진우 (평론가)

각방을 쓰는 젊은 부부가 있다. 고시 낭인인 남편(이승훈)은 집에서 가사를 전담한다. 그는 아내(박서은)를 위해 아침상을 차린다. 하지만 아내는 밥 먹을 새도 없이 급히 출근길에 나선다. 대학교 교직원인 그녀는 외벌이로 가정을 지탱한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그녀는 남편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며 이혼을 준비 중이다. 어느 날, 아내는 싱크대에서 올라오는 역한 하수구 냄새에 대해 남편에게 불평한다. 남편은 오랜 시간 집에 머물러서인지 냄새를 맡지 못한다. 집 안에서 무기력한 남편의 감각을 일깨우는 활동은 TV드라마를 보며 울거나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 것뿐이다.

<희망의 요소>는 위기에 빠진 한 젊은 부부가 삶의 희망을 회복하려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박서은과 이승훈은 <아워 미드나잇>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정방형에 가까운 화면 비율, 흑백 화면 그리고 주제가 희망이란 점에서 영화는 <아워 미드나잇>의 세계와 공명한다. <희망의 요소>의 차별점은 파편화에 있다. 다분히 로베르 브레송의 작업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반창고를 붙인 피곤한 아내의 발을 비춘 숏으로 시작한다. 남편의 손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고 아내는 이를 거부한다. 이처럼 절망을 품은 숏들은 영화가 구성하려는 희망의 기본 요소가 된다. 특히 클로즈업한 남편의 손과 아내의 발이 영화의 핵심 이미지로 등장한다. 남편의 손은 단편소설을 씀으로써 아내의 발은 신발이 바뀜으로써 영화는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간다. <희망의 요소>는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GIFF) 기프 신작전에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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