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묘생 9회차 고양이의 호쾌한 메멘토 모리
2023-01-04
글 : 정재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대도 ‘장화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는 거인과 결투를 벌이던 중 사망하지만 이내 다시 부활한다. 고양이에겐 9개의 목숨이 있기 때문이다. 여분의 목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장화신은 고양이는 8개의 목숨이 전부 소진돼 단 하나의 목숨만 남았음을 알게 된다. 죽음의 공포는 끊임없이 장화신은 고양이를 엄습해오고 남은 하나의 목숨이라도 부지하고자 그는 인간 가정의 반려묘로 여생을 살기로 한다. 반려묘 생활에 적응할 무렵 장화신은 고양이는 입양 가정에서 고양이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강아지 페로(하비 기옌)를 만나고, 과거의 연적 키티 말랑손(살마 아예크)과 재회한다. 이들은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별의 존재를 알게 되고 각자의 소원 성취를 위해 어둠의 숲으로 모험을 떠난다. 그러나 소원별을 노리는 것은 장화신은 고양이 일행뿐만이 아니다. 골디락스(플로렌스 퓨)와 곰 세 마리, 리틀 잭 호너(존 멀레이니) 등 동화 속 다른 주인공들도 소원별을 노리며 어둠의 숲으로 돌진한다.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어떤 톤 앤드 매너로 영화를 전개할지 선전포고하듯 “이것은 동화다”라는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영화의 첫장을 열어젖힌다.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분명 동화에 기초한 이야기지만 이야기가 뻗어나갈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동화적’이라는 수식어에 국한하지 않는다. 전체관람가의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다루지 않는 죽음을 향한 근원적 공포나 무의미한 폭력에 관한 경각이 전체관람가에 걸맞은 수위로 동화의 두축을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유의미한 시도는 잔혹한 검객이기도 한 주인공 장화신은 고양이의 성정과도 닮아 있어 이야기의 매력과 캐릭터의 매력을 모두 살리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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