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돌아왔다. 전국 고교 농구대회에서 북산고 농구부는 전국 최강인 산왕공고와 맞붙는다. 가드 송태섭(엄상현)은 팀의 사령탑으로서 경기를 조율하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어린 시절 송태섭은 형에게서 농구를 배운다. “넘어진 다음이 중요해. 피하지 마”라며 어깨를 다독여주던 형은 어느 날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농구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던 형의 빈자리는 송태섭을 비롯한 가족 모두에게 쉽사리 채워지지 않는다. 다시 시간은 현재, 북산고는 초반에 각자의 장기를 발휘해 최강 산왕공고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왕자 산왕은 후반 들어 진면목을 발휘하고 어느덧 후반전 들어 20여점 차로 뒤처진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북산고 멤버들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최후의 투지를 발휘한다.
1996년 연재 종료한 <슬램덩크>가 무려 26년 만에 극장판을 선보인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제목 그대로 ‘처음’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그간 영상화된 적이 없는 산왕전을 무대로 단 한 경기를 온전히 한 작품으로 소화했다. 만화 <슬램덩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경기가 영상으로 구현된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이번 극장판의 진가는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길을 걷는 이노우에 작가의 태도에 있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관객이 기뻐할 것”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만화의 생동감과 박진감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이번 작품은 단지 움직임을 더한 것이 아니라 원작 만화 특유의 질감을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인다.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박진감 덕에 이미 아는 이야기와 결과임에도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단지 팬 서비스 차원에서 추억 속의 명경기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스포츠의 본질, 스포츠 만화의 매력이 무엇인지 여실히 증명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