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장은 포화 상태일까?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디즈니+, 왓챠… 여기에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고민해야 한다면 어떨까. 수많은 플랫폼 중 무엇을 구독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플랫폼 춘추전국시대라 불리는 현 시장이 이미 레드 오션에 접어든 것은 아닐지 냉정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양시권 티빙 오리지널국 국장은 “2021년에는 OTT 산업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느냐를 논했다면, 앤데믹 전환 이후 2022년 초부터는 이중 몇개사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로 질문이 바뀌었다”며 치열해진 경쟁 구도를 묘사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한 가정이 평균 4개 이상의 OTT를 구독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각사 OTT의 장점과 셀링 포인트를 잘 살려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 잠재적 고객을 더 끌어들일 수 있다. 지금의 티빙은 초기 모델이다. 차후 글로벌 사업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대표 역시 한국 OTT 시장은 앞으로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 수년간에 걸쳐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에 큰 변화가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코로나 상황이나 개인 취향의 다양화 등 크고 작은 영향을 받으며 빠르게 진화”하기 때문에 OTT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소비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OTT 산업을 향한 낙관론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이 전제되어야 성립될 수 있다. “현재로선 지상파만큼 투자 대비 회수가 잘되지 않아서 부담을 느끼는 OTT 플랫폼들이 많은”(이찬호 스튜디오웨이브 대표) 게 사실이지만, 2023년은 <오징어 게임> 이후 급물살을 탔던 콘텐츠 투자의 결실을 보여줄 작품들이 대거 공개될 시기라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결국 내부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우리 콘텐츠의 경쟁력이다. 기존 그리고 잠재적 구독자를 위해 넷플릭스가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가치는 좋은 작품이어야 한다.”(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 가능성 있는 작품에 과감한 투자를 꾸준히 해온 플랫폼이라면, “채널을 점프시키는 콘텐츠가 나오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찬호 스튜디오웨이브 대표)이다.
시즌제의 강세
2023년엔 넷플릭스 <D.P.> 시즌2, 티빙 <비밀의 숲> 스핀오프, 웨이브 <모범택시2>, 디즈니+ <형사록> 시즌2 등 예년보다 시즌제 드라마의 존재감이 두드러질 예정이다. <더 글로리> <아일랜드> <카지노>처럼 한번에 프로덕션을 마친 작품들이 두개의 파트로 나뉘어 공개되는 경우도 있다. 양시권 티빙 오리지널국 국장은 “전작이 있을 경우 마케팅 효과가 있고 사업적으로는 예측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장점이 있다. 자체 세계관을 구축해 또 다른 부가이익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즌제의 강점으로 꼽았다. 영화계에서도 <베테랑2>와 <범죄도시3> 제작이 확정되는 등 특정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기획이 각광받고 있다. 이같은 경향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기획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세계관 확장이 용이한 내러티브 구조가 좀더 선호되는 등 콘텐츠 제작 트렌드 자체에 미치는 영향도 예측해볼 법하다.
